[김학용 칼럼]

4대강 공주보 완공 행사 모습. 자료사진.
4대강 공주보 완공 행사 모습. 자료사진.

4대강 댐(보)은 졸속으로 추진된 게 분명하다. 이렇다 할 여론수렴 과정이 없었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대통령이 밀어붙여 만들었다. 추진 과정만 보면 당장 철거해서 원상복구해야 시원할 듯도 하다. 그러나 일단 만들어진 이상 댐의 유용성을 제대로 따져 처리하는 게 순리다. 무조건 없애자고 덤벼드는 건 정치보복일 뿐이다.

4대강 댐은 전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꺼내는 순간부터 갈등과 논란을 야기했다. 필사적으로 반대한 사람들도 많았으나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공약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4대강 반대자들의 지속적인 투쟁 덕에 건설 과정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이 댐은 전 정권의 부도덕성을 말해주는 상징물처럼 되었다. 댐 반대자들이 다시 정권을 잡았으니 이 댐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을지는 불문가지다.

전임 정권 부도덕성의 상징 된 4대강 댐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댐 수문이 개방되었고 이제는 철거론까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정부는 아직, “보 철거나 수문의 상시 개방 여부는 보 개방의 모니터링을 거쳐 마련할 예정”이란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철거’를 언급한 바 있다. “환경 변화와 향후 대책까지 담은 과학적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보 전면 철거를 포함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철거 입장을 분명히 했던 다른 후보에 비하면 다소 소극적인 답변이었다. 철거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 언론사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 보 하나 철거하는 데 1000억 원 정도 든다고 전하고 있다. 그 댐을 만드는 데 평균 2500억 정도가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댐 건설이 잘못된 사업이었다고 해도 이런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철거를 강행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돈도 돈이지만 진짜 문제는 댐의 유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댐이 주민들에게 필요한가의 문제다. 국민들은 대체로 댐 건설 이후 강의 수질이 악화되었으나 가뭄에는 도움이 되며, 강에 물이 가득 차 있으니 경관에도 좋다는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홍수 예방과 경관에는 좋지만 수질은 문제라고 보는 편이다. 이게 전부라면 댐은 철거해선 안 되며 수문도 개방하지 말고 물을 채워 놓는 게 맞다.

그러나 문제는 수질의 악화 정도다. 수질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수질의 악화 정도가 심해서 강 전체를 썩어 들어가게 하고, 끝내 강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 마땅히 보를 열어놔야 한다. 정부가 현재 4대강 댐에 대해 취하고 있는 조치다.

수질 문제는 사실상 일반 국민들이 직접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4대강 댐 때문에 수질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수질이 어느 정도 나쁘면 댐에서 물을 빼야 하는지 등은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가들 의견이나 정부의 조치를 믿을 수밖에 없으나 정부나 전문가 얘기도 다 믿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4대강 댐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수질 분석이 서로 상반되고, 정부는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어서 그대로 믿을 수 없다.

4대강 댐을 사형에 처하는 일 없어야

댐 문제에 대해 가장 믿을 만한 의견을 낼 사람들은 그 댐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이다. 주민들은 ‘댐 문제’에 대해 은폐할 이유도 과장할 이유도 없다.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고 도시 경관에 좋더라도 댐 때문에 물이 썩어 농작물에 피해가 생길 정도라면 농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수질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도 않은데 경관을 포기하면서 댐을 헐자고 주장할 이유도 없다. 주민들 자신이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작년에 수문이 개방됐던 금강 공주보는 지난번 백제문화제 기간 중 다시 물을 가뒀었다. 보를 막아달라는 공주시민들의 간청을 정부가 들어줬다. 공주시장과 공주시의회까지 나서야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공주시민들이 공주보에 물이 없으면 백제문화제가 어렵다며 10번이나 환경부를 찾았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 국내 3대 문화제라는 백제문화제는 환경부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댐 때문에 물난리가 나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상황도 아니고, 강물이 썩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도 아닌데 주민들이 자기 동네 강물조차 정부에 매달려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어찌 공주시민들을 미워하기 때문이겠는가? 그 놈의 ‘정치’라는 게 원수일 뿐이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곧잘 벌어지는 곳이 정치판이다.

4대강 댐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증오의 댐’이 되어 있다. 댐의 건설 과정을 보면 그렇게 여길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댐 건설 과정의 문제점을 끝까지 파헤쳐서 책임자를 단죄해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댐에게 죄를 물을 순 없다. 환경 피해가 댐을 헐어야 할 정도는 아닌 데도 굳이 철거를 강행한다면 댐에게까지 곤장을 쳐서 사형에 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스꽝스런 일이다. 전임자가 댐을 밀어붙인 것 이상의 ‘괴물 정치’로 남게 것이다.

댐 때문에 정말 4대강이 죽어가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혐오의 댐’이 된다면 마땅히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몇 년 사이에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그 평가를, 댐을 증오하는 정부가 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전 정권에선 4대강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믿기 어려웠듯, 지금은 ‘문제가 있다’는 발표를 믿기 어렵다.

댐 문제는 국가의 안위나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시급한 사안은 아닌 만큼 시간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권은 그 댐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손에 넘겨야 한다. 각 지방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면 된다. 공주의 금강의 물은 공주시민들에게 이용권이 있고, 부여의 금강물 부여군민에게 있으며, 세종시의 금강 물은 세종시민들에게  있다. 그걸 보장해주는 게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지방분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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