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39] 특화된 아이템 개발과 내적 성장 병행해야

활짝 열린 ‘남북의 창(窓)’.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보여준 ‘브로맨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까지.

불과 1년 전만 해도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던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습니다. 김 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이라고 몰아붙이던 트럼프도 마음이 많이 돌아섰습니다. ‘판문점의 봄’과 ‘평양의 가을’을 보내면서 평화의 바람이 한반도를 넘어 워싱턴 상공까지 가닿은 느낌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 유엔 총회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해 언급했습니다. “미국이 속도 있는 상응조치를 취해 준다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도 보다 속도를 낼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3차 남북 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문 채택으로 최근 한반도는 긴장완화와 남북 교류협력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평양공동선언문에도 적시했듯이 남북은 지자체간 교류 등 정부·민간 차원의 다양한 교류협력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충청권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남 하는 걸 따라하다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를 면할 수 없을 테니까요.

대전시와 충남도는 일찌감치 “선제적 대응”을 포고(布告)했습니다. 먼저 대전시는 지자체 교류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 북한 지역 축구팀을 초청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열겠다고 합니다.

내년 4월 27일과 28일 이틀간 둔산동 보라매공원 일대에서 시민 1만여 명이 참여하는 ‘평화통일한마당’ 행사도 구상 중입니다. 여기에 북측 예술단 초청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성사된다면 그야말로 전 국민적 이목을 끌기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에 질세라 충남도는 남북 경제협력(경협)에 ‘올인’할 태세입니다. 양승조 지사는 지난 1일 "평양공동선언에는 동·서해안 철도 및 도로연결에 관한 합의사항이 포함돼 있다. 도는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서해안스마트하이웨이’를 제안하고, 영·호남권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해안 스마트하이웨이'는 새만금에서 태안, 덕적도, 강화, 개성을 잇는 국가 ‘H축 도로망’ 중 서해 축과 영호남 축 연결이 가능한 도로망입니다. 문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신(新) 경제지도’에 충청권을 포함한 ‘환서해권’은 산업과 물류, 교통벨트 등 경제적 요충 역할을 담당합니다.

양 지사는 "서해안 스마트하이웨이는 남북 교류협력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 일부로서 남북을 하나의 시장,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해 통일에 기여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블루오션(Blue Ocean)’.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를 일컫는 말인데요. 또 다른 뜻으로 한 기업에서만 신기술‧신제품이 개발되어 팔리는 ‘무경쟁시장’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요즘 남북경협의 긍정적 기대감을 여기에 빗대 ‘북(北)루오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요.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 여기에 남한의 투자(자본)가 이루어진다면 ‘생산의 3요소’가 충족되는 셈입니다. 물론 경협과 관련된 남북 합의나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수겠지만 말이지요.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대전시당위원장과 통화를 하다 ‘충청권이 남북교류의 중심축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었습니다. 답변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충청권만의 특화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말은 쉬울지 모르나 ‘아이템’ 발굴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남북 교류의 선도 도시가 되겠다고 온 행정력을 거기다 쏟아 부어서도 안 될 노릇입니다. 앞서 지난 8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가 일자리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여기서 대전시장은 ‘혁신성장’, 충남지사는 ‘복지성장’을 제시했습니다.

‘혁신’과 ‘복지’를 앞세워 지역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두 광역단체장의 ‘빅 픽처’는 높이 살만 합니다. 다만 안으로 내실을 다지고 밖으로 경제영토를 넓히는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행정의 제1역할일 겁니다. 동시에 정치권은 북방 진출 교두보가 될 채널 확보에 집중해야 합니다. 외양간을 넓히더라도 소는 키워야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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