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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도리풀
족도리풀
  • 송진괄
  • 승인 2018.08.28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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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진통, 진정(鎭靜), 해열의 약리작용으로 두통, 복통 등에 효과 있어

송진괄 대전중구 평생학습센터 강사.
송진괄 대전중구 평생학습센터 강사.

만인산을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해 깔막지지만 주변으로 나 있는 산책길은 평평한 숲길로 시민들의 호응이 좋아 많이 찾는 곳이다. 

높은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서서 하늘을 덮고 그늘을 만들어주니 더 할 나위가 없다. 길 중턱에 만들어진 쉼터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의 놀이터다. 그늘 아래 삼삼오오 마주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여유 있는 말년도 보기 좋지만 그런 장소를 제공해 주는 이곳 자연이야말로 더없이 소중한 친구인 셈이다. 

숲길을 느긋하게 거닐며 시원한 공기를 깊게 들여 마신다. 나무가 빽빽하고 이파리가 무성하니 그늘의 연속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나뭇잎을 통과한 햇빛은 풀이 죽어 연한 녹색으로 다가온다. 향긋한 숲내음은 마음까지 맑게 해 준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편안해진다. 길옆으로 늘어선 산사나무에 열매가 다글다글하다. 내심 반가워 올해는 산사(山楂) 열매를 좀 따겠구나 싶다. 

산사나무 아래 경사진 곳에 족도리풀이 보인다. 드문드문 떨어져 있고 이파리를 서로 맞댄 모습이 그 풀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잎자루를 세워 마주 보는 모습이 마치 내게 인사를 하는 듯하다. 이 풀의 꽃모양이 옛날 전통 혼례(婚禮) 때 부녀자들이 머리에 쓰는 족두리를 닮았다 하여 족도리풀이라 부른다. 

족도리풀.
족도리풀.

족도리풀은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숲 속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며, 잎은 두 장씩 나와 마주난다. 꽃은 4~5월 이파리 아래에 흑자색으로 피는 독특한 식물이다. 풀뿌리를 캐어 맛을 보면 입안이 얼얼하여 마취주사를 맞은 것 같은 재미있는 풀이다. 

한의자료에 의하면 뿌리를 여름에 캐어 약재로 쓴다. 진통, 진정(鎭靜), 해열의 약리작용이 있어서 두통, 복통 등에 효과가 있다. 또 오한, 발열, 해수, 천식, 가래가 많은 증상에 이용한다. 뿌리가 가늘게 갈라지고 약성이 매워서 한자 이름을 세신(細辛)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족도리풀 뿌리 한 줌과 구릿대 뿌리 한 줌을 물에 넣고 달여 먹으면 치통(齒痛)이 잘 낫는다고 했다. 또한 두드러기에 족도리풀을 가루 내어 헝겁주머니에 넣고 가려운 곳을 고루 비비거나, 피부에 가루를 바르고 손바닥으로 비벼 환부를 화끈거리게 하면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입안에 구취(口臭)가 심할 때 뿌리를 씹어 해결했고, 현대인이 즐기는 은단(銀丹)의 원료로도 활용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꽃의 수분(受粉)은 벌과 나비에 의해 이뤄진다. 족도리풀은 독특하게도 이파리 아래쪽으로 땅 표면에 닿게 꽃을 피운다. 그래서 땅을 기어다니는 개미나 벌레 등에 의해 수분을 하는 특성이 있다. 식물 세계의 보편적인 종족 보존의 형태를 벗어난 꽃인 셈이다. 

이미 꽃은 수정이 되어 씨방은 닫혀 있다. 끝부분을 오무린 채 꾹 다문 입 모양을 하고 씨앗을 키우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는 천상의 빛이다. 산사나무 사이에서 우연히 본 족도리풀이 그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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