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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으로 즐기는 ‘닭한마리 칼국수’
보양식으로 즐기는 ‘닭한마리 칼국수’
  •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12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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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한마리 칼국수(대전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뒤)

닭칼국수에서 주객전도 된 닭한마리 칼국수 시원하고 담백한 맛 인기

닭한마리 드셔보셨나요?
이름마저 생소했던 닭한마리 칼국수가 뜨고 있다.

대전시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뒤편에 있는 ‘닭한마리 칼국수’는 김석숭(58),박경자 부부가 운영하는 가족식당으로 닭한마리 칼국수를 비롯해 안동찜닭, 닭복음탕 등 닭요리와 제육볶음, 낙지볶음 등 점심특선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닭한마리 칼국수 한상차림
닭한마리 칼국수 한상차림

닭한마리 칼국수
닭한마리 칼국수

닭한마리 칼국수는 닭 한 마리를 토막 내어 끓는 물에 넣고 여러 가지 채소와 가래떡을 곁들여 먹은 후 마지막으로 칼국수까지 넣어먹는 음식이다. 닭한마리를 주문하면 먼저 토막 낸 닭 한 마리와 육수가 큰 양푼에 담겨 제공된다. 닭 속에 인삼, 대추, 찹쌀 등이 들어가는 백숙과는 달리 닭한마리는 말 그대로 닭 한 마리만 나오는 것이 특징.

닭한마리 칼국수는 비법육수가 중요. 엄나무 가시오가피, 황칠나무, 닭발 등 7가지 한방재료를 넣고 24시간 이상 푹 고와 낸 육수다. 끓는 동안 기름기와 거품을 걷어내고 거르는 힘든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이 육수에 국내산 생닭을 깔끔하게 손질해 하루정도 숙성을 거쳐 대추, 인삼, 마늘. 감자, 가래떡 등을 넣고 끓여 손님상에 낸다.

국물은 기름기를 제거해 느끼하지 않고 시원하면서 담백한 맛이 깔끔하다. 이집의 닭 손질은 껍질과 기름제거가 필수인데 생닭 10마리 손질하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재료손질에 정성이 가득하다. 양푼에 말랑해진 가래떡이 떠오르면 샤브샤브처럼 가래떡을 시작으로 닭고기를 건져 건 고추를 갈아 만든 특제 소스에 찍어먹는다. 매콤새콤한 맛에 겨자가 들어가 톡 쏘는 맛도 있어 느끼하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다.

닭과 가래떡 등 사리들을 건져먹는 동안 국물은 서서히 진국으로 돼 간다. 그 국물에 칼국수 생면을 넣는다. 국수는 진할 대로 진해진 국물이 서서히 배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칼국수 맛을 낸다.

닭한마리 칼국수 육수
닭한마리 칼국수 육수

안동찜닭
안동찜닭

생닭 10마리 손질하는데 2시간 이상 걸려, 재료손질 정성 가득

닭한마리 칼국수는 1970년 후반 동대문 평화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팔던 닭칼국수가 시초다. 당시 닭칼국수는 닭육수에 칼국수를 끓여 고명으로 닭고기를 얹었다. 닭칼국수는 어느 순간 손님들에 의해 닭한마리로 이름이 바뀌면서 내용까지 바뀌게 된다. 이름이 바뀌면서 요리의 형태도 변했다. 어떻게 보면 칼국수에 닭고기가 들어간 것에서 닭한마리를 육수에 넣고 끓이는 닭요리에 칼국수가 부재료로 들어가는 주객이 전도된 요리이기도 하다.

안동식 찜닭은 한방육수에 국내산 생닭을 토막 내서 초벌로 1차 삶아내어 기름과 잡내를 재거하고 간장베이스의 특제소스와 납작당면,양배추,당근,양파,파푸리카,새송이버섯 등 각종 양념을 넣고 찜 요리처럼 10분정도 자박하게 졸여 손님상에 낸다. 달착지근하면서 메운 건고추가 들어가 뒤끝이 매콤하다. 닭을 건져먹은 다음 그 국물에 밥을 비벼먹는 맛도 별미.

점심특선도 인기. 촌돼지김치찌개, 제육볶음+된장찌개, 낙지볶음+된장찌개, 뜩배기닭볶음탕, 두부두루치기 등은 공깃밥과 계란프라이까지 제공해 6천원을 받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단골메뉴. 그리고 주문 즉시 조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식사시간에는 정말 바쁘다.

좌측부터 김석숭,박경자 부부
좌측부터 김석숭,박경자 부부

롯데백화점 뒤편에 있는 닭한마리 칼국수 전경
롯데백화점 뒤편에 있는 닭한마리 칼국수 전경

“음식은 금방해서 먹어야 맛있습니다. 돈만 벌려고 했으면 벌써 망했을 겁니다. 음식점을 하면서 철칙이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해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손님들도 주문하고 즐겁게 기다립니다. 특히 오픈주방이라 땀 흘리며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 때문에 많이 사랑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음식에 대한 철학이 통해서랄까. 실제로 식사시간에는 늦게 오면 조금은 기다려야 먹는 집이 됐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단골들은 아예 식사시간을 조금 비켜서 찾는다.

김석숭 대표는 서울이 고향으로 서울에서 수도꼭지 제조공장을 운영하다 IMF외환위기 때 상품대금을 못 받아 부도나면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실의에 빠져 해외로 나가 수도꼭지 공장을 다시 운영해보려고 준비도 했으나 대전에 사는 처형의 권유로 2003년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외식업에 뛰어든다. 괴정동 조마루감자탕 6년, 탄방동에서 닭탕으로 5년 등 15년 세월동안 괴정동맛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작은매장의 내부전경
작은매장의 내부전경

벽면에 붙어있는 메뉴
벽면에 붙어있는 메뉴

박경자의 음식솜씨와 내 가족이 먹는 다는 음식철학 뭉쳐 괴정동맛집으로 유명

여기에는 일찍부터 음식솜씨가 있는 부인 박경자 씨가 한몫을 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박 씨는 밑반찬과 육수까지 직접 만드는데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입에 착 붙게 만든다. 그래서 손님들로부터 집밥 같다는 소리와 손맛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식은 시대가 바뀜에 따라 그에 부여되던 문화적인 의미도 달라진다. 닭한마리 칼국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으로 닭 한 마리를 해치우는 만족감보다는 칼국수를 포함한 볶음밥, 라면, 수제비, 우동, 죽 등 여러 사리를 각자의 취향대로 넣어먹는 취향의 풍요로움이 닭한마리 칼국수에 투영되고 있다.

입추가 지났어도 폭염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보양이 필요하다면 ‘닭한마리 칼국수’로 가보자. 손맛이 살아있는 집이다. 11시30분-23시. 연중무휴. 30석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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