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67]
탈북자 [67]
  • 이광희
  • 승인 2018.08.0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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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 건너편을 따라 오르며 그가 어디로 가는 지 관찰했다. 만일 내가 걸음을 빨리 걷는 다면 그자에게 발각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걸음을 무작정 늦추면 다시는 그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안감이 스쳤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공장 노동자들이 몰려나오는 시각이라 내가 그를 쫓기에 용이했다.

다음 횡단보도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와 4차선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평행선을 그으며 같은 위치에서 걷고 있었다.

야마모토는 채린과 같은 층의 기숙사를 썼기 때문에 그녀에게 쉽게 접근 할 수 있었을 거야. 또 기숙사에서 나와 아들 그리고 채린이 함께 찍은 사진을 봤을 수도 있어. 그 사진을 통해 나를 알아 볼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골든 드레곤에서 나와 마주치자 그대로 달아났을 거야.’

나는 야마모토가 채린의 실종에 깊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뀔 무렵이었다.

사내가 돌연 몸을 돌려 좁다란 골목길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도 늦출 수가 없었다. 횡단보도에 버티고 선 사람들을 거칠게 밀쳤다. 그리고는 파란 불이 들어오기도 전에 달려오는 자동차들을 피하며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 들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달리는 승용차들은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에 달아나던 야마모토가 뒤를 돌아보았고,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승용차들이 지나는 사이를 가로지른 뒤 그를 쫓았다. 온몸이 기진맥진했다. 다소 넉넉했던 청바지는 땀에 젖어 가랑이 사이에 착 달라붙은 채 매달렸다.

나는 한쪽 다리에 약한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지만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며 골목길로 따라 들어갔다.

내가 야마모토와 신경전을 벌이며 그를 뒤쫓은 것이 20분 정도는 족히 된 것 같았다.

좁다란 골목길로 달아나던 그는 막다른 골목에서 걸음을 늦추었다. 더 이상 내 추격을 따돌리지 못해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서너 명의 중국계 사내들이 서있는 건물의 모서리를 돌아 자취를 감췄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나는 골목만 뒤지면 그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도감이 앞섰다. 그는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었다. 손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내가 그 건물 모서리로 달려갔을 때 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우중충하고 낡은 민가만 골목을 가로막았다. 철문이 굳게 닫힌 건물은 붉은 벽돌로 지어졌지만 유달리 낡아 보였다.

사내는 그 건물 속으로 들어간 것이 확실했다. 낡은 문짝이 삐걱거리며 소리를 내는 것으로 미루어 그 건물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건물의 추녀 밑에 기대서서 북받쳐 오르는 호흡을 돌렸다. 여전히 한쪽 다리에서 경련이 간헐적으로 일어났지만 다리를 주무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야마모토를 여기서 놓친다면 나는 영영 아내를 찾지 못할지도 몰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이곳에서 끌어내야 지.’

중얼거리며 이를 깨물었다.

나는 늘어진 두 다리를 가까스로 움직여 담에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그 때였다.

낡은 건물 입구 앞에 기대섰던 4명의 사내 중 한 사내가 내게 다가왔다. 콧수염을 기른 그는 눈가에 칼자국이 선명했다. 틈새가 벌어진 이빨사이로 물총을 쏘듯 침을 찍찍 쏘았다. 한쪽 눈을 찡그렸다.

여기 뭣 하러 왔어?”

그는 첫마디부터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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