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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63]
탈북자 [63]
  • 이광희
  • 승인 2018.07.3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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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권총의 자물쇠를 잠갔다.

권총을 지닌 후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속으로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기를 간절히 고대했다. 권총에 촘촘히 박힌 실탄을 다시 뽑아 낼 까도 생각했지만 홍등가에서 격은 일이 떠올라 장전한 채로 서너 차례 자물쇠를 확인하고서야 옆구리에 총을 찼다.

나는 따냐에게 차이나타운에서 50 미터정도 떨어진 아파트 단지 옆에 차를 세우게 했다. 그리고는 혼자 차이나타운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연신 옆구리에 찬 총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자기 최면을 통해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들고 싶다는 절박한 생각에서였다.

차이나타운은 당초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중국풍의 건물이 즐비하지도 않았고 또 색감이 진하게 채색이 된 것도 아니었다. 외견상으로는 러시아의 여느 마을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간간이 붉은 색을 칠한 아파트 문이 보여 이곳이 차이나타운이구나 하는 것을 직감케 할 뿐이었다.

그곳에는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뜨이는 5층 규모의 조립식 아파트들이 하나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고 시내버스 주차장마다 타일로 노동자들의 모습을 모자이크한 대형 구조물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은 무너진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향수를 오롯이 간직한 듯 말없이 거리를 지켜보았다.

길거리가 조용한 것은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온통 도심이 비어 버린 듯 한가했다.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동안 중국계 노파가 나를 힐끗 쳐다보며 지나간 것과 몇 명의 노인들이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 것이 전부였다. 따사로운 햇살만 아스팔트 위에 쏟아졌다. 내가 모퉁이를 돌아 차이나타운으로 접어드는 네거리를 막 지날 때쯤 주유소에서 만난 사내가 일러준 것처럼 해묵은 콘크리트 건물 외벽에 ‘bar’라고 쓰인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왔다.

회색빛 바탕에 붉은 글씨로 큼직하게 쓴 간판 언저리에는 중국사찰에서 흔히 봄직한 화사한 금빛용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는 기존의 아파트 건물에 기와 추녀를 달아내고 그 아래에 붉은 문을 장식한 상태였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계단은 돌로 만들어졌으며 채색이 벗겨진 벽체가 흉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문 옆에는 일그러진 공중전화기가 부착되어 있었고 인근에 하늘색의 우체통이 무당벌레같이 붙어 있는 것이 그곳 풍경의 전부였다.

나는 네거리를 지난 뒤 바가 비스듬히 보이는 아파트 벽에 기대서서 출입구를 관찰했다. 아무도 없었다. 아직 영업이 시작되지 않은 탓인지 드나드는 이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 안도 빈 집 같았다. 검은 색 판재에 황금빛으로 쓰인 현판만이 바람에 흔들렸다. 도로를 지나는 몇 안 돼는 러시안들은 바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처럼 그곳을 스쳐 지났다.

나는 바가 보이는 곳으로 바짝 다가가 그 안에서 누군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담배를 빼물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이 있다면 바 안에서 생활할지도 모르지, 채린도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인근의 아파트에서 살지도 모르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바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를 둘러보기 위해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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