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불편한 질문’에 익숙해지라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대전시장 정례 기자회견이 9개월 만에 부활한다. 권선택 전 시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정례 기자회견을 끝으로 중도하차한 까닭이다. 물론 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이재관 행정부시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시 현안을 설명해 왔지만, 선출직 시장의 무게감을 대신하긴 어려웠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허태정 시장은 오는 26일 첫 정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취임 1개월 동안의 업무 소회와 민선7기 정책방향, 인사 구상 등 큰 그림을 묻는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첫 공식 기자회견에 큰 무게감이 실리듯, 광역단체장도 취임 후 ‘첫 언론 데뷔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단체장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질문을 얼버무리고 피하려 하거나, 의례적인 요식행위에 그칠 경우 ‘소통’에 대한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후보시절 일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 왔던 허 시장 역시 취임과 동시에 이를 털어버리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길 원할 수 있다. 방법은 하나다. 투명하고 진솔하게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불편한 질문’에 익숙해져야 한다.  

권선택 전 시장의 마지막 시정브리핑 당시 <디트뉴스>가 던진 질문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 곧 대법원 판결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전망하느냐”였다. 권 전 시장은 “질문이 적당하지 않고 내가 아는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의도적으로 상대의 아픔을 건드려서 기분을 언짢게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숙명인 사람이 바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선출직 등 공인들은 이런 ‘언론의 속성’을 본질적으로 이해해야만 ‘진짜 소통’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됐지만 미국 백악관을 무려 50년 이상 출입했던 ‘헬렌 토마스’라는 전설적인 기자가 있었다. 미 정치권과 언론계 등 남성중심 주류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 기자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9년 2월 백악관 입성 후 첫 기자회견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헬렌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며 “내가 진짜 취임하는 순간”이라고 평한 바 있다. 역대 대통령들을 줄기차게 괴롭혀 온 헬렌도 헬렌이지만, 언론의 속성이 무엇인지 알고 진짜 소통하고자 했던 오바마의 진솔한 태도가 더욱 빛난 일화다. 

허태정 시장이 언론과 진짜 소통하고 싶다면, 반드시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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