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초기에는 북경을 다녀와도 중국을 다녀왔다고 하고, 파리나 로마를 다녀온 뒤에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다녀왔다고 말하지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3~4일 가량 서울을 방문해서 몇 군데 관광을 하고 돌아가서 한국을 여행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얼마나 좁은 편견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 가령 외국여행을 가더라도 그 나라의 도시를 여행했다고 말하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은 잘 알려지지 않는 시골이나 풍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객들도 많아졌다. 베트남도 남북이 약1,650km, 동서 최대 550km, 최소 340km나 되는 330,000km²나 되는 거대한 나라여서 남부 중부 북부 등으로 나눠서 하노이여행, 다낭 여행, 호치민 여행으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그중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河內; Hanoi)는 ‘호수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30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는데, 하노이란 지명도 ‘두 호수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의미이다. 

하노이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는 호안끼엠(Hoàn Kiêm Lake: 還劒湖)인데, 호안끼엠 호수는 '칼을 돌려준 호수(還劍湖)라는 의미이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 명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여왕조(黎王朝)의 태조가 잃어버린 검을 찾기 위해서 배를 타고 호수를 헤맬 때 거대한 황금 거북이가 물위로 올라와서 왕에게 검을 건네주고 갔다고 한다. 여왕조 태조는 명나라 군사를 물리친 뒤 검을 다시 호수에 돌려주었다고 한다.

길이 700m, 너비 200m의 긴 타원형의 호안끼엠 호수는 잘 정비되어 시민의 휴식장소로 이용되고 있는데, 호수에서는 수많은 거북이들을 볼 수 있다. 어떤 거북은 무려 250kg이나 된다고 하며, 호수 주변에는 황금 거북의 모형도 조각해 놓았다. 호수 한 가운데에는 19세기에 세운 옥산사((玉山祠; Ngoc Son)가 있는데, 옥사사는 전통사찰이 아니라 13세기 베트남을 침략해온 몽골군을 물리친 영웅 쩐 흥 다오(Tran Hung Dao) 등 세 명의 성인을 모신 사당이다. 옥사사까지는 아치형 붉은 다리(紅橋)로 연결되어 있다.

시내에 호수가 많으며, 물과 관련된 전설이 많은 하노이에서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는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많지만, 하노이에서 중저가 숙박시설은 대부분 호안끼엠 호수 근방에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내 관광지를 걸어서 10분 이내에 갈 수 있어서 하노이 여행은 호안끼엠 호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호수 주변에는 항상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오토바이와 씨클로, 자전거가 붐비고 있다.

하노이 시내투어는 전통적인 풍물거리인 ‘하노이 36통’과 현대적인 모습인 ‘바딘 광장(Ba Đình)’, 그리고 바딘 광장의 호치민 묘소 부근에 베트남의 국보 1호인 일주사가 주요 코스인데, 모두 입장료가 없다.

호안끼엠 호수 북쪽으로는 전통시장이 있고, 남쪽으로는 프랑스식 아름다운 건물로 지은 해외공관들이 밀집되어 있다. 호수 북쪽의 전통시장은 하노이가 수도로 지정된 11세기 이래 번창해온 상가골목으로서 구시가지라고도 하며, 이곳은 미로 같은 좁은 골목이 즐비하다. 본래는 한약재를 비롯한 36개의 상인조직이 조합을 이루고 장사를 해서 상인들이 거래하던 품목에 따라서 큰 길을 은대로(銀大路), 면대로(綿大路), 한방약대로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 지역을 통틀어서 "하노이 36통"이라고 한다. 하노이 36통은 마치 서울의 남대문시장이나 북경의 약전거리를 연상하게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에 따른 특산물 이외에 여러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점상도 많아서 애당초의 특성이 많이 사라졌다.

베트남인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하노이 36통은 걸어서 구경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자전거를 개조한 ‘씨클루’라는 2인승 인력거나 4인승 ‘전동 스트리트카’를 이용한다. 운전사는 좁은 골목을 ㄹ자로 이리저리 돌면서 골목마다 특징 있는 물건들을 보여주는데, 골목은 시골길처럼 제멋대로 자란 가로수들의 가지치기나 정비를 하지 않아서 매우 지저분하다. 그래도 오토바이는 물론 씨클로, 화물트럭 등이 유유히 왕래하고 있는 모습에서 아직 덜 세련되긴 했어도 우리의 시골에서조차 사라진 모습을 회상하게 해준다, 또, 클릭이나 모닝 같은 소형차들이 영업용 택시로 버젓하게 달리고 있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