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화상 입은 베트남 여아
2살 때 태양열 온수기에 화상 입어
화상 전문병원 없는 베트남서 기본 치료만 받아
청암 소개로 지난 16일 충남대병원서 치료
빠르게 회복 중, 추후 아이 성장에 맞춰 재수술 필요

투안(왼쪽)과 장(가운데)이 딸 타오린을 보살피고 있다. 하반신에 큰 화상을 입은 타오린은 부모의 정성을 아는지 아픈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 사진=이주현 기자

“베트남에는 화상 전문병원이 없어 2년 가까이 기본적인 치료만 받았어요. 그런데 충남대병원에서 전문적으로 치료를 받게 돼 마음이 놓입니다. 충남대병원과 다리를 놓아준 청암그룹과 친절하게 진료를 봐준 병원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21일 오후 3시 40분쯤 충남대병원의 한 병동. 하반신 화상을 입은 어린 딸의 치료차 베트남에서 건너온 응우옌 까오 투안(Nguyen cao Thuan, 40)의 얼굴은 생각보다 밝았다. 딸의 건강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딸 응우옌 타오린(Nguyen Thao Linh, 5)은 지난 14일 입국해 충남대병원에 입원했고 16일 오상하 성형외과 교수의 집도하에 흉터치료 성형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입원 당시 타오린의 상태는 심각했다. 종아리 아래로는 모두 화상을 입어 피부가 거의 없었고 진물이 났다. 사고 당시 열악한 자국의 의료 환경 탓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다.

타오린은 1차적으로 인조 진피이식과 피부이식 등을 함께 받았다. 현재는 1인실 병동에서 집중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투안은 2016년 11월,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타오린이 끔찍한 사고를 당한 날이다. 당시 나이는 고작 3살이었다. 

타오린은 그날 오전 11시 30분쯤 이웃집에서 목욕을 하다 태양열 온수기를 잘못 조작해 다리에 중증 화상을 입었다. 이후 이웃주민의 연락을 받고 투안과 그의 아내 장(39)이 현장에 도착했고 곧바로 호찌민시의 한 국립병원으로 가 2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화상이 심해 허벅지 살을 떼어 종아리에 이식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게다가 베트남 현지 병원은 화상을 전문으로 치료할 여건이 열악했다. 그렇다 보니 소아과병원에서 간단한 소독 등 치료를 받는 게 고작이었다.

이 같은 사정은 대전시와 빈증성 교류협력 과정에서 대전에 알려졌다. 베트남 국영기업 베카멕스 한국팀장인 투안은 대전시 관계자가 베트남을 방문하면 주로 현지 통역을 담당했다. 2005년부터 매년 대전과 베트남을 오고 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오상하(왼쪽) 충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타오린의 건강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투안은 한국 유학 경험이 있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베트남 내 한 국전문가로 대전시와 빈증성 교류협력의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해 9월 <디트뉴스> 전 직원이 빈증성과 언론교류 등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언구 청암그룹 회장과 만나 우연히 딸의 처지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됐고, 이 회장은 귀국 후 송민호 충남대병원장과 상의해 타오린의 치료를 돕기로 결심했다.

이에 대해 송 원장도 의료지원을 흔쾌히 약속했다. 충남대병원이 화상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이 회장이 타오린과 보호자의 한국 체류비 등을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대전시도 자매도시 협력 일환으로 항공편 지원과 각종 편의제공을 제공했지만 투안은 정중하게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베트남에 파견된 대전시 해외사무소장인 정기홍 사무관과 김종천 대전시의원이 타오린을 돕는데 함께 참여하는 등 의료지원 협의과정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타오린은 이 같은 정성을 알았는지, 빠르게 회복 중이다.

오 교수는 “1차 수술은 성공적”이라며 “입원으로 끝나지 않고 한 두 차례 재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발가락 등에 변형이 와서 아이의 성장에 맞춰 진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암그룹과 충남대병원이 손을 잡고 베트남 어린이 화상환자를 돕고 있어 민간 국제교류협력 미담사례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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