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사망 대전 한 여고 학생 학교 폭력 당해왔다는 주장 제기
아버지 A씨 "철저한 진상규명, 학교 측 책임자 문책, 가해 학생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 원해"

B양의 책상에는 그를 기억하는 물건들이 올려져 있다.

"착한 우리 딸,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이리 허망하게 못 보냅니다..."

최근 심정지로 사망한 대전의 한 여고 학생이 학교 폭력을 당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이 학생 아버지 A씨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학교 측 책임자 문책, 딸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가해 학생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A씨는 <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딸을 하늘로 보낸 뒤 남아 있는 가족들은 밤이 괴롭고 무섭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잘 안 된다"며 "힘든 내색 한 번 못하고 혼자 모든 것을 안고 가야 했던 내 딸의 심정이 어땠을 것 같느냐"고 오열했다.

A씨가 사건을 알게 된 것은 한 달 전쯤이다. 

지난 4월 11일 약물 과다복용 후 병원치료를 받던 딸 B양은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후 장례를 치른 뒤 유품을 정리하던 중 딸의 일기장과 휴대폰 문자 기록 등을 보다 충격에 휩싸였다. 혼자 무엇인가를 고민한 흔적을 포착한 것이다.

3월 31일에 기록된 일기장에는 '어쩌면 마지막 일기가 될지도 모른다. **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고, 날 낭떠러지로 몰고 간 사람들, 겨우 부여잡고 있던 낭떠러지 위 밧줄을 끊은 사람들, 내가 없어도 잘 살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A씨는 "딸이 3월 30일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온 게 마지막 모습이 돼 버렸다"며 "다음날 새벽 6시쯤, 등산을 가기 전에 자고 있는 딸아이 얼굴 보고 가려고 방에 들어갔더니 호흡을 안 하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10분 뒤쯤 119대원들이 와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대학병원으로 옮겨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 치료할 때마다 서명을 몇 번이나 했는지도 모를 정도"라며 "나중에 유품을 정리하다 알게 된 사실은 3월 31일 새벽 3시쯤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시간까지는 잠을 안 잔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기장과 휴대폰 문자에서 딸을 괴롭힌 애들 이름도 나오더라"라며 "이상한 소문을 내 딸을 괴롭혔고, 딸은 혼자 참아오다가 과호흡증이 생겨 병원치료를 받았고, 이후 학교폭력 스트레스에 의한 공황장애 진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폭력으로 학교에서 상담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로 당시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오히려 친구들의 우정을 폄훼하지 말라는 식의 말만 들었다"며 "학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부모한테는 일절 얘기도 안 하고, 도대체 뭘 믿고 학교를 보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안 뒤 학교에 몇 번이나 찾아가 가해 학생들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미성년자여서 부모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맞아야만 학교 폭력이 아니다. 정신적인 폭력도 학교 폭력"이라며 "가해 학생 등은 진정한 사과와 잘못된 행동들을 인정해야 한다. 학교도 안일하게 대처했던 그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자 문책 등을 해야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경찰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어떤 방식이든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지난 12일 긴급 성명을 내 교육당국을 질타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대전교육청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이 아닌 학교 폭력 근절과 자살 예방, 성평등,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가족은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 폭력 때문에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보낸 제 조카 이야기'라는 글을 올리고 억울한 사연을 호소했다. 14일 자정 12시 기준 3459명이 이 글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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