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32]
탈북자 [32]
  • 이광희
  • 승인 2018.04.25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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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이가 안 좋아?”

사실은 집사람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다. 극동대…….”

! 그럼 김 모라는 극동대 유학생이 제수씨란 말이야? 그래서 보호자란에 장 기자 이름이…….난 전혀, 자네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네.”

그는 적잖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전혀 상상치 못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나를 뚫어지게 봤다. 갑자기 허를 찔린 사람같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냉수를 한 컵 길게 들이키고 난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역시 조심스런 말투였다.

김 선생 실종 문제는 사실상 내가 전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어. 현지 경찰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니까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

오래간만에 만났으니까 저녁이라도 같이 해야지. 오늘 저녁이 어떨까? 약속이 없다면 소개시켜 줄 사람도 있고…….”

그렇게 하시지요, 호텔로 연락 주세요.”

나는 곧장 총영사관을 나섰다. 따냐는 그 때까지 족보가 좋은 충견처럼 1층 현관의 구석진 자리에서 따분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경찰서는 극동대 본관에서 한 블록을 지난 길모퉁이에 있었다.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만든 건물에는 직사각형으로 촘촘히 세워진 창문마다 굵은 쇠창살이 엇갈리게 쳐져있었고 꼭대기에는 멎은 지 오래된 돔형 시계탑이 솟아 있었다. 경찰서 건물은 길모퉁이를 중심으로 기억자로 꺾였으며 한 가운데에는 층마다 베란다가 설치되어 있었다. 따냐는 이 건물이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이며 이 도시에 있는 어떤 건물보다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긴 복도로 이루어진 건물 내부는 섬뜩한 기분이들 정도로 음산했다. 전 날 이곳에서 조사를 받은 탓도 있겠지만 내부 전체가 불이 꺼진 채여서 더욱 그러했다. 건물 속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지하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따냐를 앞세우고 찾아간 곳은 형사과장의 방이었다. 시베리아 산 판제로 만들어진 공간은 포근한 기분마저 들었지만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벽체와 천장이 쥐 오줌처럼 심하게 얼룩져 있었다. 책상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었고 구석마다 때 자국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형사과장은 등받이가 달린 의자에 몸을 반쯤 기대고 나를 맞았다.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와 우멍하게 들어간 눈,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 백발이 된 머리칼은 그가 이 분야의 권위자란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걸치고 있는 양복은 실밥이 보일만큼 낡았고, 싸늘한 회갈색 눈빛이 냉기를 느끼게 했다. 그는 말보르 담배를 빼물고 빈들빈들 게으르게 회전의자를 돌렸다. 한 손으로는 거칠게 돋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으로는 연신 담배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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