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혁 유성선병원 소화기센터 과장

이상혁 유성선병원 소화기센터 과장

간은 ‘몸 속 화학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체 대사과정에 폭넓게 관여한다. 주로 체내에 들어오는 각종 성분들을 해독하는 기능을 한다. 술을 분해하는 곳도, 각종 약제들의 대사가 이뤄지는 곳도 간이다.

​ 이런 중요한 장기인 간에 중성지방이 쌓이고 지방이 간 무게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정상 범위(3~5% 사이)를 초과하면 이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발병 원인은 많으나 비만, 인슐린 저항성 증가, 과도한 술 섭취 등이 주요 원인이다.

지방간을 술을 많이 마시면 걸리는 질환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발병하는 비알코올지방간이 오히려 더 많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약 4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인의 약 33%가 비알코올지방간이라고 보고한 연구도 있다.

​ 두 지방간 모두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간경변, 간암 같은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진행은 증상이 거의 없어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 비알코올지방간은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과 연관

알코올성 지방간은 과음이 원인인 반면, 비알코올지방간은 비만,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과 연관이 있다. 최근에는 소아비만이 증가하면서 어린이들 중에도 지방간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례도 비알코올 지방간에 해당한다.

◆ 진단은 복부초음파검사, 혈액검사, 간 조직검사 등

지방간을 진단하기 위해선 복부초음파검사, 혈액검사, 간 조직검사 등을 이용한다. 복부초음파검사에서는 간실질의 초음파 음영으로 지방간의 중증도를 파악할 수 있다.

혈액검사로는 간세포가 파괴될 때 혈액으로 빠져 나오는 ALT, AST 효소의 농도를 측정한다. 지방간 외 다른 간 질환에서도 이런 효소의 수치가 상승할 수 있고 심장, 신장, 근육 등의 질환에서도 수치가 오를 수 있어 진단 시 주의해야 한다.

조직검사는 더욱 정밀한 검사 방법으로 다른 간 질환의 유무 여부뿐만 아니라 간 섬유화 정도도 파악할 수 있다. 또, 알코올성인지 비알코올성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간 탄성도 측정법을 이용해 간 섬유화 진행 단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만인 환자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 검사에서 지방간 소견이 보이면 환자에게 음주력 등을 물어 알코올성 지방간인지 비알코올지방간인지 추정한다.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알코올 섭취량이다. 미국간학회 진료지침에서는 기준이 되는 알코올 섭취량을 최근 2년간 남자의 경우 주당 210g(소주 약 4잔)을, 여자의 경우 140g을 초과한 경우로 정의한다.

​ ◆ 특별한 증상 없어 발견 어려워… 지방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지방간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일상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환자의 다수는 건강검진에서 간수치(ALT, AST) 이상으로 복부초음파검사를 실시할 때 지방간을 발견한다.

지방간이 처음부터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간세포 손상을 동반한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섬유화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비알코올 지방간염이라고 한다.

지방간염이 진행돼 섬유화가 심해지면 이를 비알코올 지방간 연관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비알코올 지방간 연관 간경변증 환자의 간암 누적 발생률은 연간 약 2.6%꼴로 추정된다. 고령,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이 발암을 촉진하는 위험인자로 지목된다.

​ 비알코올지방간은 만성질환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간학회 진료지침에선 비알코올지방간 환자에게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높았고, 제2형 당뇨병의 발생률도 높았다고 보고했다.

◆ 체중감소, 운동, 식이요법이 치료이자 예방

알코올성 지방간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절주며, 비알코올지방간을 예방하려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내 지방 수치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체중을 한꺼번에 많이 줄이면 오히려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배에 힘을 주고 하루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하면 복부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걷기 운동만으로는 체중이 줄어들기 어려우므로 근력운동이나 유산소운동을 약 20분 정도 덧붙여 하는 것이 좋다. 밥, 빵, 국수, 떡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지방간의 원인인 중성지방이 증가해 섭취량을 일일 탄수화물 권장량인 300~400g(밥 1공기 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

단백질은 중성지방을 간에서 빠져 나오게 하므로 성인의 경우 남성은 하루에 55~65g(닭가슴살 약 250g), 여성은 45~55g씩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살코기, 생선, 콩 등이 단백질이 많은 식품이다.

​여러 약물이 비알코올지방간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각각에 안정성 등의 이슈가 있어 개별 환자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 비만 환자의 경우, 최근엔 체중을 감량하여 비알코올지방간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비만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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