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식혜

상상으로만 있었던 일들이 코앞에서 벌어지는 세상인데 놀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너만의 도피처를 만들어 두어라 

조만간에 네 뜻과는 달리 호흡이 필요 없는 캔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원본보다 더 그럴싸하게 포장되게 하여라, 특히 인기 있는 것들일수록 철저히 준비하거라 

무호흡의 세상이 상상 밖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후식처럼 살어라”

 

맛과 그림 2

도화 새우

BH(청와대) 만찬에도 떡하니 오르는 귀빈

갑각류 중 맛의 왕

독도새우란 별명을 얻어 다케시마를 골려 주지만

꽃처럼 붉어 입안에 초대하기가 미안한 멋쟁이가

청어 냄새를 맡고 올라왔다는 사실은 슬프고

이렇게 귀한 것을

충청도 내륙에서 꼭 그것도 살아있는 채로 모신다면

사랑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와 마주해야 한다

내 작은 가슴을 울려 주는 이랑

멋지게 건배를 해야지 않겠는가?

그리고 붉고 뜨겁게 눈빛을 나누고...

거친 독도의 파도와 함께 출렁이고 싶지 않더냐?

 

시와 머그컵

Taji Mahal

정지된 아이보리색 무덤, 사랑의 표현 타지마할에는

먼지 가득한 북인도 자무나강가의 흰 사랑이

붉은 아그라성에서 죽을 때까지 처다만 본 슬픔이

모두는 대칭으로 경배하러 간다

구원의 작업으로 여기며 간다

흰 대리석 위로 반사되는 노을빛 소원들도 간다

그저 오염된 영혼이 부끄럽다

보름달 아래 사랑하는 이와 다시 올 때까지 안녕.

 

원장실의 스켈레톤

꽃이 핀 난을

도시 비둘기처럼 관심 없이 지나가다가

내 몰골과 비교하였더니

나는

코만 벌렁대는 구린내 나는 짐승

그러니

고고한, 이런 것까지는 바라지도 말고

더 감사하며

살 것!

 

소소한 느낌들

어처구니

맷돌의 손잡이,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

한옥 용마루 끝,

처마 끝의 동물형상이 어처구니다

우린 살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도

혀를 차거나 속상해 하는 것보다

이렇게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침잠하며

한 템포 쉬어갈 때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기.


송선헌.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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