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 17 ]
탈북자 [ 17 ]
  • 이광희
  • 승인 2018.03.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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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피아의 마약밀매
  6월12일

경찰에 연행 된 뒤 파김치가 된 모습으로 풀려 난 것은 오후 440분이 지나서였다. 나는 낯선 영사관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호텔방에 내동댕이쳐졌다. 꼬박 이틀 하고도 2시간이 넘게 숨 막히는 공간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눅눅한 습기와 꿉꿉한 냄새가 가득했던 심문 실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나의 의지나 러시아 경찰의 아량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현지 한국 영사관에서 내 신원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풀어준 것이었다. 이곳에서 더 이상 말썽을 피우지 않겠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사실 그들이 그런 구실을 삼기는 했지만 내가 수상한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블라디미르 선상호텔 레스토랑에서 따냐를 기다렸고 그러다 총격전을 목격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내 방면을 이유로 전혀 엉뚱한 조건을 내건 것은 자신들의 실책을 정당화시키고 또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영사관 측에 한국에서 들어오는 비즈니스맨들의 행동 자제를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호텔로 돌아온 뒤 또 한 차례 분노를 느꼈다. 그것은 내 방이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옷장에 넣어 두었던 가방은 거꾸로 쏟아져 있었고 전기면도기와 화장품, 치약, 심지어 카메라까지 완전 분해된 채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옷걸이에 반듯하게 걸어 두었던 양복은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간식용으로 사다놓은 초코파이마저 짓뭉개져 있었다. 마약 단속반의 소행이었다.

처음 방에 들어섰을 때는 엄두가 나지 않아 한참 동안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였다. 나는 전화통을 들고 호텔 지배인에게 강력히 항의 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자기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단지 미안하다는 말과 자신들은 무관하니 경찰에 항의하라는 말이 고작이었다.

나는 침대난간을 걷어차고 욕설을 내 뱉었지만 그것 역시 소용없는 일 이었다. 하는 수 없이 옷가지를 챙기고 화장품을 쓰레기통에 쓸어 넣었다. 기분이 언짢았다.

나는 기분 전환을 위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눈을 감았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모멸감이 딱딱하게 만져졌다.

그들이 왜 나를 감금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나의 방면을 위해 경찰서로 찾아왔던 한국 영사관 직원 편명호의 얘기를 듣고서였다.

땅딸한 키에 뱃심 좋게 생긴 그는 블라디미르 호텔에서 내가 한잠을 자고 난 뒤 이곳 경찰이 왜 나를 감금 했는지 설명했다.

이 곳 역시 오래 전 한국에서와 같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꾼들의 소탕에 들어갔습니다. 현지 경찰이 전쟁의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물론 마피아지요. 마약거래를 주로하고 그 자금력으로 조직을 확산 시키고 있는 마피아들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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