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과 최저임금 인상 맞물려 진출..연령대따라 호불호 나뉘어

대전의 한 식당에 설치돼 있는 무인 주문기. / 사진=이주현기자

지난 9일 오후 대전 중구의 한 일본식 식당. 주문하려 점원을 불렀더니 입구 옆에 놓인 기계로 안내했다. 스크린에 보이는 메뉴를 선택해 결제한 뒤 자리에 앉아있으면 음식이 나온다고 했다. 

낯선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주문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몇 분 뒤 점원은 취재진이 고른 음식을 테이블에 차렸다. 반찬은 왜 안주나 했더니 셀프였다. 비교적 넓은 홀에 점원 혼자 음식을 나르고 치우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혼자 온 한 남자는 이 상황이 익숙한 듯 능숙하게 주문한 뒤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음식을 뚝딱 해치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주문할 때 결제까지 해버리니 먹고 일어나면 됐다. 

중년의 한 남자는 무인 주문기 앞에서 쩔쩔 메다가 점원을 불러 주문을 마쳤다. 점원은 이런 경우가 자주 있어 별다른 일이 없으면 무인 주문기 근처에서 대기한다고 했다. 무인 주문기를 둔 이유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12일 서구의 한 도시락전문 프랜차이즈에서도 무인 주문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는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굳이 혼자 왔다는 말을 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어 민망하지 않다는 게 고객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기술 발전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식당가에도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나 도시락 전문 프랜차이즈 등에서는 이미 무인 주문기를 도입한 지 오래다.

무인화 바람에 대한 주원인에는 최저임금 상승이 꼽힌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 6470원보다 16.4% 오르다 보니 경영주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원 월급에 식재료비, 관리비, 세금 등을 내고 나면 정작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사람 한 명 쓸 비용으로 무인 주문기를 도입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사업장 내 무인기계 도입으로 인한 아르바이트 해고 경험이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6.5%로 나타났다.

식당의 무인화를 두고 연령별 반응은 제각각이다. 10~20대는 대체로 거부반응이 없는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낯설어했다.

고등학생 A(18) 씨는 “무인 주문기 사용이 어렵지 않고 이미 PC방이나 편의점 등에서 많이 접했기 때문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 B(28) 씨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받았겠지만 기술이 진보한 결과로 보여진다”며 “기계가 처리하기 때문에 내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주문의 정확도가 높고 혼밥족들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주문할 수 있어 마냥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C(44) 씨는 “무인화가 시대의 흐름이라지만 낯선 건 어쩔 수 없다”며 “편해지는 만큼 일자리는 줄어들 텐데 이런 부작용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자영업자 D(64) 씨도 “음식점이 아니라 지엽적인 내용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무인화 바람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라고 판단된다”며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크다 보니 경영주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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