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두문불출’, 출마설만 ‘무성’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연말 '성완종 리스트'로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6월 지방선거 내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연말 '성완종 리스트'로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6월 지방선거 내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설이 계속되고 있다.

2017년 12월 22일 대법원 2호 법정.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7)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24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 납부 명령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2015년 7월 기소 이후 2년 6개월여 동안 이어진 법정 공방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이 전 총리는 정치적으로 해금(解禁)됐다.

‘성완종 리스트’ 굴레 벗은 두 정치 거물 운명은?

이 전 총리 상고심이 열린 날, 같은 법정에서는 또 한명의 정치 거물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바로 홍준표(63) 자유한국당 대표다. 홍 대표 역시 이 전 총리와 같은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유죄, 2심 무죄를 거쳐 최종 무죄에 이르렀다.

홍 대표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한국당 내부는 크게 출렁거렸다. 2심 판결이 뒤집혀 유죄나 파기환송이 나올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홍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 일환으로 ‘인적쇄신’에 몰두했다. 타깃은 친박(친 박근혜)이었고, 대상자들은 반발했다.

당사자들은 부정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은 홍 대표를 친이(친 이명박)계, 이 전 총리를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한다.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 시절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냈고, 이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시절 원내대표와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선고보다 이 전 총리 선고 결과에 더 관심을 기울였을지 모른다는 얘기도 들린다. 선고 결과에 따라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주도권 양상이 급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대표가 자유의 몸이 되면서 당내 반홍(反洪) 응집력은 급격히 약화됐고, 홍 대표를 위시한 친홍(親洪)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족쇄 풀린 洪, 당권 완전 장악..지방선거 '올인'

李, 판결 이후 정치적 행보 자제, 불출마 가능성↑

반면, 이 전 총리는 잠잠하다. 무죄 판결 직후 대법원에 나와 기자들에게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문무일 검찰총장의 책임론을 제기한 이후 이렇다 할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그의 출마 여부가 회자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주변인들과의 만남이나 언론 인터뷰를 사양하는 등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3선. 충남 홍성‧예산)은 25일 <디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연초에 만나보려고 했지만 건강을 이유로 만나진 못했다. 통화만 가끔씩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3년 가까이 재판을 받느라 몸이 많이 쇠잔한 상태로,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지금 다른 걸(출마)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적절한 때가 되면 말씀이 있으실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 전 총리가 3선 국회의원에 도지사, 여당 원내대표, 총리까지 지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지사나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에 연연할 분이 아니다”라는 얘기다.

명예회복 위한 정계복귀 시점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 참패 시 홍준표 이어 ‘구원투수’ 등판론

물론 이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며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결백을 강조했던 만큼, 명예회복 차원에서 정치권 복귀는 시기의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또 인지도만 놓고 보면 이 전 총리가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다만 낮은 당 지지율과 더불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지역정서는 부담이다.

그래서 나오는 시나리오가 차기 당권 도전이다. 만약 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와 ‘미니총선’ 격인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참패한다면 홍 대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후 이 전 총리가 보수재건의 구원투수로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이 전 총리가 출마하면 지원하겠다고 했음에도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상황에 따라선 이 시나리오가 아주 소설처럼만 들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 전 총리에게 적어도 한 번의 ‘정치적 기회’는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정계복귀’로 이어질 지 ‘아름다운 퇴장’으로 맺을지는 전적으로 본인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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