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인생과 처세]<337>

적어서 입은 피해가 클까? 많아서 입은 피해가 클까? 
답은 적어서 입은 피해보다 많아서 입은 피해가 더 크다 하겠다. 
물을 적게 주어 시든 꽃은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물을 많이 주어서 시든 꽃은 살리지 못한다. 

소음(少飮), 소식(少食)으로 탈이 나지 않는다. 과음, 과식으로 탈이 난다. 
오늘 날은 많음이 넘치는 과잉시대(過剩時代)다. 물질의 과잉으로 지구가 피폐해져가고 있고, 생각의 과잉으로 정신이 피폐해져가고 있고, 정보의 과잉으로 정서가 피폐해져가고 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옛날의 부족시대가 오히려 행복지수는 더 높았다. 
그러므로 지나침은 모자람 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세상이치인 것이다.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루는 자공이 스승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자장과 자하 가운데 누가 더 현명합니까?’
자장과 자하 모두 공자의 제자였지만 자장은 제후를 섬겨 자기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 자하는 지식을 얻어 자기 수양에 힘쓰고 싶은 사람이었다. 

공자는 두 제자를 비교한 다음 이렇게 말했다.
‘자장은 지나친 면이 있고 자하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그러자 자공이
‘그렇다면 자장이 낮겠군요?’라고 다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여기에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유래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살펴보면, 공자께서는 야망이 부족한 자하보다는 야망이 넘치는 자공을 더 염려 하였던 것이다. 
과유불급은 한 마디로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을 말함이라 하겠다. 
약도 지나치면 독약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하는 인, 의, 예, 지, 신도 지나치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인(仁)이 지나치면 허약함이 될 수 있고, 의(義)가 지나치면 완고함이 될 수 있고, 예(禮)가 지나치면 아첨이 될 수 있고, 지(智)가 지나치면 거짓을 하게 될 수 있고, 신(信)이 지나치면 남에게 속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과 처세의 키워드는‘과유불급’이 아니겠는가.

▴ 계영배(戒盈杯)에는 과유불급의 이치가 담겨져 있다. 
중국 고대에 만들어진‘계영배’라는 술잔모양의 그릇이 있다. 
이 그릇은‘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이 그릇에 술이나 물을 부어 70%이상이 채워지면 그 이상은 모두 밑으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졌다. 

제나라 환공은 이 그릇을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의 과욕을 경계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인 임상옥은 이 계영배에‘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바란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고 항상 자신의 욕심을 다스렸다 한다. 
이처럼 계영배에는 과유불급의 이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 과유불급을 생활준칙으로 삼아야 한다. 
수진신록(修眞神錄)에는 일상 생활 속에 적게 하며 살아야 할 4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배속에는 밥이 적고(肚中食少), 입속에는 말이 적고(口中言少), 마음속에는 일이 적고(心頭事少), 밤중에는 잠이 적어야(夜間睡少) 신선이 될 수 있다.’하였다. 
그런데 우리네 일상은 이와 반대인 것 같다. 

푸짐한 먹거리에 뱃속은 항상 가득 차 있고, 내 주장과 내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내 말을 많이 하고, 머릿속은 항상 일 생각으로 복잡다난하고, 잠은 피곤에 지쳐 수면시간만 길 뿐 건강한 잠을 자지 못한다. 

이 모두가 과다(過多) 즉 지나침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밥은 조금 부족한 듯이 먹고, 입 대신 귀를 열고, 생각은 단순하게, 잠은 좀 부족한 듯이 자는 과유불급의 생활준칙을 지켜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은 것이다. 

▴ 정치도 과유불급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이나 정치지도자들이 한 결 같이 실패를 거듭하였다. 
이는 지나친 집권욕, 지나친 성취욕과 같은 지나침이 원인이 됨이라 하겠다. 
정치에서 과(過) 즉 지나침은 곧 파멸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의 도(道) 역시 과유불급의 덕목, 중용의 도가 최선이라 하겠다.

▴ 그렇다. 비우고 내려놓자! 그러면 과유불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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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인문학교육연구소
- (토요반) 
  (매주 토요일 14시 ~ 17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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