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국가존립 기반, 출산율 높이자
인구는 국가존립 기반, 출산율 높이자
  • 라창호
  • 승인 2017.12.0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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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창호의 허튼소리]

라창호 전 충남도 부여부군수.

옛날 중국의 춘추시대 말기에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은 서로 원수지간이 됐다. 두 나라 사이에 처절한 전쟁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나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왔다. 처음 싸움은 월의 구천(句踐)이 이겨 오왕 합려를 죽게 했다. 합려는 죽기 전에 아들 부차(夫差)에게 원수를 갚아달라고 유언했다. 부차는 거친 장작더미 위에서 자면서 원수 갚을 일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마침내 부차는 월을 쳐부수고 월왕 구천을 오나라로 잡아와 말고삐를 잡히는 등 온갖 수모를 주었다.

구천은 책사 범려의 충고를 받아 치욕을 눌러 참으며 부차에게 거짓 충성을 다했다. 한편 오의 책사이며 명장인 오자서가 구천을 살려두면 화근이니 죽여야 한다고 누차 권했지만, 부차는 이를 무시하고 3년이 지나자 구천의 충성심을 믿고 그를 월나라로 돌려보냈다.

이제는 간신히 살아서 돌아온 구천이 원수를 갚으려고 절치부심했다. 구천은 침실 문 앞에 쓸개주머니를 달아 놓고 들고날 때마다 핥으면서 설욕할 일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구천이 부차에게 원수를 갚기까지는 17년이나 걸렸다.

국력을 먼저 회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해서 이기려면 풍족한 식량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군사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쟁으로 인한 인구의 손실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인구를 늘리는 일이 먼저고 시급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의 인구증가 정책이 현대국가의 인구증가 정책 못지않다고 생각돼 구천이 시행했던 법령의 내용을 옮겨본다. 이는 김구용의 ‘동주 열국지(東周 列國志)’에서 따옴을 밝힌다.

「여자가 애를 낳으면 관가에 고해야 하고, 관가에서는 즉시 의원을 보내 해산에 지장이 없도록 임산부를 돌봤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관가에서 그 임산부에게 술 한 병과 개 한 마리를 잡아주고, 여자아이를 낳으면 술 한 병과 돼지 한 마리를 주어 임산부를 보하게 했다. 아들 셋을 낳으면 나라에서 아이 둘을 길러주고, 아이 둘을 낳으면 그 하나를 길러주었다.」 산모의 건강을 돌보고  보육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구천은 또 「젊은 남자는 늙은 여자를 아내로 삼지 못하게 하고, 늙은 남자는 젊은 여자를 아내로 삼지 못하게 했다.」 튼튼한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여자가 17세가 되어도 혼인을 않거나, 남자가 20세가 지나도 혼인을 하지 않으면 당사자와 그 부모를 처벌했다.」 조속히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 영국의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맨 교수는 “지구상에서 인구 감소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점차 준다는데, 현재 5200만 명이 약간 못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수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에 초저출산 수준인 1.3명 이하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십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금년에는 더 떨어져 1.03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인구는 국가와 사회를 지속시키는 바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일정 수의 인구는 유지돼야 한다. OECD 국가 중에 초저출산 현상을 겪은 나라들(우리나라 빼고 10개국)은 모두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이를 탈피했다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출생률이 더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거의 17년이 되도록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성해야 하며, 그 동안의 출산장려 정책이나 보육정책이 실패했음을 자각하고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정책을 발굴해야 마땅하다.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도 좋고, 기혼여성에게 셋째나 넷째를 낳으라고 권하는 것도 좋지만, 혼인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장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혼층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미혼·비혼층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일정 소득이 없거나 거주 환경 때문에 혼인을 않거나 미루는 층에는 보다 적극적인 혼인장려금을 지급하되, 충분한 소득이 있는데도 혼인을 않는 골드족 등에게는 소득의 일정분에 대한 과태료 패널티를 적용해 일정기간(또는 일정연령까지) 예치한 후 기간(일정연령) 내에 혼인을 하면 법정 이자를 더해 몫 돈으로 돌려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국고로 귀속시켜 혼인장려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국·공립 보육시설도 대폭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보육문제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미혼모·비혼모도 아이를 키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만약 앞으로도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감소를 겪게 될 게 뻔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신생아 수가 해마다 줄어드는데다 이들마저 성장해서 혼인을 기피하거나 저출산을 한다면 국가가 존속할 수 있겠는가. 초고령사회로 가면서 초저출산을 극복하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피부양 인구는 많은데 부양인구가 적으면 나라가 지탱되겠는가.

한국이 인구 감소로 지구상에서 맨 먼저 사라질 것이라는 영국 학자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인구는 국가존립의 기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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