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충분한 시간 필요..조급증 버려라

한용덕 감독과 함께 한화이글스에 복귀한 레전드 장종훈 수석코치(왼쪽)와 송진우 투수코치(오른쪽).

한화이글스는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신임 감독을 발표했다.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두산 베어스의 한용덕 수석 코치가 한화이글스로 돌아왔다. 아울러 장종훈 롯데 코치도 수석 및 타격코치로, 송진우 전 해설위원도 투수 코치로, 강인권 두산 베터리 코치와 전형도 작전 코치도 한용덕 감독과 함께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전설'들의 귀환

말 그대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글스의 ‘레전드’들이 귀환했다. 유독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전설이 된 선수들이 많다. 과거 빙그레 시절부터 현재 한화에 이르기까지 다른 구단에 비해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리그를 평정하며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전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글스의 자부심을 높이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이글스가 가진 자산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독으로 선임된 한용덕.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통산 120승을 거둔 대투수이다. 거기에 배팅볼 투수로 시작해 연습생 신화까지 곁들이면 이만한 레전드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한화이글스의 첫 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 장종훈. 이번에 한용덕 감독의 요청으로 롯데에서 한화이글스의 수석 코치 겸 타격 코치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통산 340홈런의 주인공으로 최초의 시즌 40홈런 기록도 갖고 있다. 현재는 양준혁과 이승엽에 의해 많은 기록들이 깨졌지만 장종훈의 폭발적인 장타는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프로야구의 최다승 투수, 210승 103세이브의 주인공 송진우. 2년 간의 해설위원과 KBO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거쳐 한화이글스의 투수 코치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에 송진우, 정민철과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노히트노런을 두 번이나 기록하고 두산의 포수 왕국을 이끌었던 강인권. 한용덕 감독의 요청으로 베터리 코치로 영입되며 역시 이글스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었다.

'전설'들이 펼쳐 나갈 한화의 야구

우선, 한화이글스는 1999년 우승 이후 2000년대 들어 거물급 감독들을 영입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였다. 유승안 감독 이후, 김인식, 한대화, 김응룡, 김성근 감독 등이 외부에서 수혈된 감독이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의 2007년 이후 한화이글스는 10년 동안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특히, 김응룡, 김성근 두 명장의 영입은 결과적으로 한화이글스에게는 큰 아픔을 남기고 말았다. 이런 과거들을 뒤로 하고 2018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이글스의 선택은 프랜차이즈 스타 한용덕을 비롯한 이글스맨들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감독 대행 시절과 두산에서의 코칭 능력을 이미 검증 받았다. 장종훈 수석 코치는 한화이글스에서의 코치 시절에는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으나 롯데로 이적하면서 롯데의 타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나름의 지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송진우 투수 코치 또한 한화이글스 시절에는 실적이 미미하다는 평가였으나 2년 간의 해설 위원과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외부에서의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포수 왕국 두산에서 베터리 코치로 지도력을 인정 받은 강인권 코치까지, 새롭게 영입된 코치들이 과거 이글스의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여론도 있지만 이들이 지난 3년 간 보여준 능력을 감안하면 충분한 기대를 갖게끔 한다.

'조급증'은 버리되, 팬들은 기억하라

한용덕 신임 감독에게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한 김기태 감독도 3년 이라는 시간 속에서 마지막 해에 기어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용덕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이상군 감독 대행이 김성근 전 감독의 그림자를 지우며 팀을 어느 정도는 추슬러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첫 해 무리하지 않고 차근 차근 팀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겠다. 여기에 이글스 정신을 강조한 코칭스태프들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부 FA 영입을 포기한 상황에서 내부 FA는 반드시 잔류시킬 필요가 있다. 정근우, 이용규의 대체 자원은 사실상 없다. 아직까지는 젊은 선수들과의 경기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박정진, 안영명도 프랜차이즈 선수로 내년 시즌 투수진을 놓고 볼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력이다. 물론 오버페이는 불필요 하겠지만 냉정하게 제대로 된 평가는 내릴 필요가 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세 장을 반드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영입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가성비 좋은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를 것이다. 기아가 김기태 체제 3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았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다시 한번 '미래'만 외치다 '미래'를 놓치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오늘도 지난 10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8 시즌 그라운드를 누빌 준비를 하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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