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유병로 대전국민주권회의 상임의장·한밭대 교수

‘시도지사, 시군구청장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지방분권 강화가 우리사회에 약일까, 독일까? 필자도 개헌운동을 하면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지방분권을 통한 생활자치 강화와 이를 통한 참정권의 확대는 국민주권시대의 핵심이며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왜 하지 못했으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유병로 대전국민주권회의 상임의장·한밭대 교수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성공한 한국의 발전국가 시대는 대통령의 권한집중과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휘체계로 진행되었고 지방정부와 주민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 태도에 익숙해졌다. 이제 선진국이 되려면 직장이나 지역공동체에서 시민의 능동성을 키워야 한다. 분권과 생활자치 제도개선을 통해 지역사회의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참여를 확대하면 일시적으로 갈등은 증가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민의 능동성은 커지고 만족도가 높아져서 행복도는 증가할 것이다. 비록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결정이라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으면 책임도 분산되어 불만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민의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이 높아지고 민주적 성숙도가 높아질 것이다.

지자체장 권한 더 키우면 부정부패 커지고 포플리즘 공약 난무할 것

내년 6월 개헌에서 다룰 주요내용은 대통령의 권한 분산과 중앙정부의 사무를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다. 필자는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문제점은 없는지, 어떤 점을 짚고 가야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려되는 점은 첫째,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키워주면 오히려 부정부패가 더 커지고, 포플리즘 공약이 난무할 것이며, 생활권 단위의 지역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주민의 편 가르기가 커질 수 있다. 지역의 탐관오리가 더 꼴불견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도 지역간 재정자립도가 크게 다른데 향후에도 지역마다 재정수입이 다르기 때문에 리셋(재조정) 없이 출발하면 지역간 불균형이 더 커질 수 있다. 셋째, 현재 지역간 일자리나 산업불균형이 큰 상태에서 출발하면 향후 지역간 차별성이 고착화되고 지역간 양극화는 확대된다.

넷째, 지방정부 내에서도 지역별로 유권자가 많은 곳에 예산을 투입하려 하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소지역화가 재생산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약해질 수 있다. 다섯째, 교육비 투자의 격차로 지역 곳곳에 새로운 강남 8학군이 발생되는 등 교육, 복지, 문화 등 새로운 지역간 불평등이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이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대신 지역내 일자리나 소득격차가 지역간 갈등을 키우고 결국 지역적 분리주의 운동이 발생되어 국가해체 분위기가 조성 될 수 있다.
 
교육·복지 등 지역적 차등 없도록 국가 차원의 예산지원 제도화되어야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교육은 물론 복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역적 차등이 없도록 국가 차원의 예산지원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 세입구조의 지역마다 크게 다르므로 국가 재정의 공정한 배분구조를 만들어 형평성 유지해 주어야 한다. 지방분권화가 소지역주의를 부추겨 국가적 공공성은 약해지고, 비유권자인 청소년,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차등이 커지며, 교육과 같은 미래형 투자, 장애인 및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출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정부차원의 매뉴얼을 만들어 최소한의 표준화 기본지원책이 만들어 져야 한다. 또 단순한 지방재정 자립도를 벗어나서 성장의 다극화, 지역의 특수성, 성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소지역주와 분리주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사회 통합적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국가관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을 양원제로 하고 하원은 현행의 인구비례, 상원은 지역의 대표성을 갖도록 하며 지역간 분쟁은 상원에서 조정하도록 할 수 있다. 넷째, 대통령권한 분산과 중앙정부의 권력이양을 헌법에 반영함과 동시에 시민의 생활자치 참여를 위한 기반조성, 지방정부의 독립성과 시민 권력에 의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 여기에는 지방경찰권, 사법권, 입법권, 조세권등과 더불어 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에 대한 현실성 있는 주민 소환권, 시민의 발안권, 시민배심원제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자치분권강화 필수여정이지만 많은 준비 필요

분권형 개헌은 최고의 시대적 과제이다. 그러나 함정이 많다. 선진국들이 200여년에 걸쳐 발전시켜온 국민주권시대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년 개헌은 지난겨울의 국민적 고통을 딛고 주어지는 값진 기회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직 국민과 국가의 미래만을 생각해야 하며, 국민도 개헌에 적극 참여하여 만들어 가야만 할 과제이다. 대전 국민주권회의도 개헌아카데미를 만들어 시민들과 개헌을 논의하여 함정 없는 개헌안을 제안하고,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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