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충남대 교수(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위원장)

세종시가 신행정수도로 국민들 앞에 처음 등장한 것이 2002년 12월 8일이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가 대선공약을 확정한 날이다. 그 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위헌판결,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재정리, 그리고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의 수정 움직임과 국회부결이라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 세종시로 정착되었다. 금년 7월로 벌써 세종시가 건설의 첫 삽을 뜬지 10년, 그리고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
세종시는 출범이후, 40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의 이전을 완료하고, 약 1만 9천여 명의 중앙공무원들이 행정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출범 당시 약 10만여명의 인구도 현재 27만 명에 이르고 있다. 17개 시‧도 중 인구 순유입률이 7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30년 당초의 목표인 50만 명을 넘어 80만명이 거주하는 21세기 대표도시가 되는 데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세종시와 관련해 주목해 볼 부분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약속들이다. 세종시를 제주도와 더불어 분권모델로 완성시키기 위해서 행자부와 미래부의 추가 이전, 국회분원 설치,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조기구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종시의 성공을 위한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따라서, 세종시가 다시 한 번 행정수도로 진입하는데 있어서 일단 기대를 걸만 하다.

행자부·미래부 추가 이전, 국회분원 설치, 서울-세종 고속도로 조기구축 과제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의 행정수도를 이번에 국정과제화 했다지만, 행정수도 세종시를 가로막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우선,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행정수도 개헌'이 빠진 점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호주는 1900년 헌법에 수도를 규정하여 캔버라로 수도를 이전했다. 브라질도 1946년에 브라질리아로 수도이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헌법개정의 결과다.

반면에, “수도 서울은 중앙이다”는 해괴한 관습헌법에 의해 행정수도가 위헌판결을 받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우리도 세종시 문제를 헌법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세종시의 완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를 비롯해서 행자부, 미래부 및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의 이전도 디테일의 악마에 의해 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그 증거가 지난 7월 17일 제헌절, 국회의장실에서 내놓은 대국민 의식조사의 결과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개헌을 통해 세종시에 청와대와 국회을 이전하는 것에 대해 49.9%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44.8%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종시가 자리잡아 간다고들 얘기하지만, 국민들의 절반은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점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반드시 명문화시켜야 하는 내년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극복해야 할 큰 난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서울시민 60.7%가 아직도 행정수도 세종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국정을 이원화시킨 세종시의 건설이 잘못된 정치적 산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세종시를 보는 충청민들의 의식변화다. 충청민들의 절반 이상(58.5%)은 세종시의 행정수도를 찬성하고 있지만, 응답자의 3/1이 넘는 34.8%가 반대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세종시는 그간 충청민들의 단합된 힘과 눈물겨운 투쟁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총청민들이 상당수가 세종시를 부정적으로 보고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종시를 둘러싼 대전‧충남‧북 주민들은 세종시의 건설이 충청권 상생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세종시 출범이후 세종시 인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주변 충청지역의 인구는 오히려 크게 감소하면서 쇠퇴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세종시로 이전한 주민중 수도권 인구는 30%에 불과하고 충청권에서 이주한 주민들이 60%에 이르고 있다. 대전과 공주시의 인구감소는 도시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다. KTX 세종역 건설을 두고 세종시와 충청북도가 갈등을 빚은 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이와 같이 당초의 기대와 달리 세종시의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면서 충청민들의 불안이 가중된 결과가 의식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들을 놓고 볼 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세종시가 내년의 개헌시 행정수도를 명문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다시금 주력해야 한다. 많은 건설비용과 국민적 에너지의 소모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를 반드시 완성해야 하는 이유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국정의 이원화로 인해서 부득이낭비와 비효율이 발생하지만, 대한민국의 국가와 지역경쟁력 강화,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수도권 주민들에게 설득해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세종시와 대전‧충남북 도시 미래비전과 상생전략 머리 맞대야

뿐만 아니라, 세종시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충청권의 공조가 큰 힘이 되었듯이 행정수도 세종시의 완성을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충청권의 단합과 결집이 필요하다. 세종시는 자족기능의 확보에만 너무 몰두해서 주변지역의 경계심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개정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앞으로 세종시와 인근 대전‧충남‧북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각 지역 간 상호 역할분담 속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도시 미래비전과 상생전략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마련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 세종시민들도 특별자치시민이자 광역시민으로서 높은 시민의식으로 깨어있어야 한다. 세종지역 언론들도 세종시가 지향하는 목표와 당면과제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높은 전문성과 자치의식으로 지역을 선도해 주길 기대한다.
 
지금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개헌에 주력하기 위해 모든 역량과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다. 이번이야 말로 세종시에 관련한 숱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시켜야 한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자, 더 이상 미룰수 없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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