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몇날 며칠을 고심하며 자신이 계획해온 군현제에 대한 골격을 만들어 시황제에게 보고하자 그대로 시행토록 하라는 황명이 떨어졌다.

이로써 봉건제도가 사라지고 군현제가 실시됐다.

중앙에 9경을 두고 지방은 36군으로 분할했다. 그 위에 승상과 태위, 어사대부를 두어 정치와 군사, 감찰을 각각 맡도록 했다. 군 밑에는 또다시 현을 두도록 하여 현령이 그곳을 다스리도록 했다.

황명은 곧바로 전국으로 퍼져갔다. 지방 고을마다 시황제의 이름으로 발표된 포고령이 나붙었고 백성들은 웅성거리며 그것을 살피느라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통일된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으므로 황명은 어떤 사건보다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지방 토호들과 백성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시황제는 늦은 밤에 침전으로 이사를 불렀다.

갑작스럽게 불려 들어온 이사는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어리둥절했다.

“시황제 폐하, 신 정위 이사 입시이옵니다.”

“어서 들라.”

이사는 큰절을 올리고 시황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섰다.

시황제는 다리를 한껏 벌리고 침상에 걸터앉아 이사를 맞았다.

“어서 앉게나.”

시황제가 침상 아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심한 시각에 그대를 보자고 한 것은 고견을 듣고자 함일세.”

“황공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부소에게 일을 맡기려 하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소는 시황제의 큰아들이었다. 그는 누구도 태자로 책봉하지 않았으므로 그때까지 그는 공자에 불과했다.

“부소 공자님을 전면에 내세우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이사가 되물었다.

“부소도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일을 맡겨봄직 하지 않는가?”

“좋은 말씀이시옵니다. 공자께옵서도 성년이 되셨으니 이제 일을 맡아 처리 하도록 하심이 좋을 듯 하옵니다. 하지만 아직 시황제 폐하께옵서 춘추가 원만하시니 전면에 내세우시는 것은 아니 될 줄 아옵나이다. 모든 일은 시황제 폐하께옵서 직접 관장하시고 공자께서는 일을 배운다는 점에서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하옵나이다.”

시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시황제는 공자 부소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지 않았다. 또 줄 생각도 애초에 없었다. 권력을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부소의 일을 입 밖에 낸 것은 이사의 속내를 떠보기 위함이었다. 부소가 태자에 책봉되고 나아가 자신의 뒤를 이어 황제 자리를 계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사가 일찌감치 그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을 것이란 짐작에서였다. 하지만 이사가 분명 자신의 사람이란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본심을 털어 놓았다.

“그대를 승상으로 삼을까 하는데 어떤고?”

시황제가 이사의 표정을 읽으며 물었다.

“황공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소신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분골쇄신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여라.”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이사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삼배를 올리고 머리를 연신 조아렸다.

그날 늦은 밤까지 시황제와 이사는 머리를 맞대고 제국에 걸맞은 인사안을 짰다. 내관 조고는 시종장관인 낭중령을 맡도록 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공포할 것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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