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49>

권선택 대전시장의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됐다고 한다. 상황판에는 지역의 주요 고용동향은 물론 실업률, 취업자 수 등 일자리 관련 현황이 담겨 있다. 권 시장은 "일자리 상황을 매일 챙기면서 우리 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하고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는데 대전시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아닌가 싶다.

시장이 일자리까지 챙기겠다는데 나무랄 이유는 없지만 지금 시장실에 설치할 긴급 상황판은 산적한 지역현안 리스트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고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따라하는 것은 보여주기 행정의 극치다. 권 시장 취임 3년 동안 대전은 되는 일 없이 갈등만 계속되는 멈춰선 도시로 전락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가 말해주듯 대전은 정체된 도시를 지나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취임 3주년 맞은 권 시장 "경청과 소통, 열정으로 협치 실현했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그런데 권 시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경청과 소통, 열정으로 협치를 실현했다”고 자평했다. 산하기관장 등 인사 때마다 의혹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비롯해 상수도 민간위탁사업, 갑천친수구역개발, 월평공원개발, 시립의료원 등 현안들이 무산되거나 갈등을 겪는 데도 말이다.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서는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용산동 현대아웃렛 같은 개발사업이 어찌되어 가는지 시민들은 잘 모른다.

치적이라고 내놓은 도시철도2호선 트램도 권 시장 취임 후 고가 자기부상열차에서 노면전차로 바꿔 홍보하고 해외시찰만 다녔을 뿐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권 시장은 대전을 트램 선도도시라고 자랑했지만 정작 정부의 트램 시범사업은 수도권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500억 가까운 시민 혈세를 들여 만들겠다는 대덕구 스마트트램도 기약하기 어렵고 공모사업으로 한다던 유성구 스마트트램은 불발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권 시장은 대전트램의 현주소가 어디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 지부터 시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 막연히 '추진 중이다', '잘되고 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숙원사업인 유성복합터미널사업이 무산됐는데도 몰랐다며 책임 공방하는 한심한 대전시를 시민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대전시의회 전문학 산업건설위원장조차 "집행부와 도시공사는 유성터미널 문제에 대해 회의 때마다 잘되고 있다고만 말해 왔다”고 할 정도다.

권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월평공원 민간 특례사업은 3,00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도시의 공공성과 환경훼손 논란이 거세다. 5,000여 세대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도 명분 없는 아파트 건설과 인공 호수공원 조성에 따른 환경파괴 지적을 받고 있다. 인구의 자연감소에다 타 지역 유출마저 심각한 대전에 아파트만 늘리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대전의료원 건립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탕성 조사대상에서 빠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엑스포과학공원 땅 2만평을 30년 간 문화부에 공짜로 내주고 지은 HD드라마타운(대전메가스튜디오)에 대한 지역 영상산업 및 경제 활성화 전략은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도 권 시장은 국토부 장관을 설득하겠다지만 의왕시는 새 정부에서의 철도박물관 설립이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해 계획을 수정했다. 권 시장의 상황판에는 이런 것들이 담겨야 한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26일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권 시장은 물론 공무원도, 시민도 대법원만 바라보는 대전시

권 시장은 자신의 공약 95건 중 92건이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대전시와 권 시장 말을 들으면 시정운영에 문제가 없고 중요현안에 대해서는 TF팀을 구성해 민첩하게 대응한다. 혹여 갈등이 생기면 경청과 소통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원휘 시의원은 현안마다 마찰음이 나와 답답하다고 했고 시민들은 대전시 행정을 믿을 수 없다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넣는 게 현실이다. 시청 앞에는 시위와 집회가 끊이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권 시장은 '선거법 위반' 굴레를 쓴 채 3년을 보냈다. 취임 초반 시작된 재판으로 1심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온 뒤 대법원에서 기사회생 했지만 파기환송심에서 또다시 시장직 박탈 위기에 처했다. 권 시장은 물론 공무원도, 시민도 대법원만 바라보고 있으니 시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권 시장에게 남은 시간이 1년일지, 그보다 적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그가 할 일은 얽힌 현안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매듭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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