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45>

‘꿈의 레일’이라고 자랑하던 의정부 경전철이 개통 5년도 안 돼 파산했다. 법원이 국내 민간투자사업에 내린 첫 파산사례로 3,676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의정부시와 경전철 측은 당초 하루 7만9,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막상 개통하니 하루 1만여 명에 불과했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은 “시가 직영하든, 대체사업자를 찾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지자체가 빚을 떠안는 셈이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의정부 경전철은 선출직 단체장들이 경전철을 유치하거나 건설하려는 욕심에 엉터리 수요예측과 무리한 사업추진에서 비롯됐다. 1995년 당시 건설교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교통개발연구원이 처음 수요예측을 했는데 개통 첫해 7만9,000명이 이용하고 2015년부터는 하루 10만 명 이상이 탈 것으로 내다봤다. 의정부 인구가 2020년 52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2008년 이후 43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당시 없던 새로운 교통수단인 경전철을 도입하는데 있어 합리적인 수요분석 대신 인구 뻥튀기와 사업자의 자의적 판단, 단체장의 욕심으로 성급하게 추진됐다. 수익성과 활용방안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묻지마식 개발의 결과다. 의정부 경전철 노선이 시내를 돌다보니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경전철보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했고 안전사고가 빈발해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수요예측 실패한 부산 김해경전철·용인경전철 등 매년 수백억 적자

국내에서 처음 개통된 부산 김해경전철도 수요예측에 실패해 매년 420억 원의 적자를 내는데 누적적자가 2,100억 원에 이른다. 이용객이 수요예측의 20%에도 못 미치는 용인경전철은 관리 운영비와 민간 투자비 상환금 등으로 올해만 430억 원이 들어간다. 800억 원이 투입됐지만 부실공사로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고철로 방치돼 있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수요예측이 생명인데 첫 단추를 잘못 꿰니 괴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엄청난 시민 세금이 들어갔지만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전국 최초라며 사업을 발표하거나 완공된 시설물 앞에서 테이프 커팅만 할뿐 예산낭비의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짊어져야 한다. 임기가 끝난 후에도 철저한 조사를 거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단체장의 치적 쌓기용 사업은 뿌리 뽑기 어려울 것 같다.

경전철과 유사한 트램(노면전차) 바람이 심상치 않다. 대전은 2014년 말 도시철도2호선을 트램으로 변경했으며 서울, 제주, 인천, 부산, 수원, 화성 등 트램을 도입하려는 지자체가 10곳이 넘는다. 문재인 정부가 무가선 트램 등 친환경 교통 인프라 구축을 약속했으며 국토부가 ‘무가선 트램 수도권 시범도입사업’ 후보지를 내년에 선정할 계획을 밝히자 수도권 도시는 물론 전국 지자체들이 앞 다퉈 트램에 뛰어들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지난해 4월 트램 시범노선을 발표하고 있다.
32.4km 도시철도2호선 트램 및 2.7km 스마트트램 치밀한 검토 필요

그런데 문제는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또 다른 의정부 경전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잘못 만들어진 시설은 적자를 알면서도 운영하느라 세금을 까먹고 철거 역시 쉽지 않다. 시작할 때는 지역의 미래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선전하지만 돈만 쏟아 부은 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대전 스카이로드도 165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흉물신세로 연간 1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만 축내고 있다.

대전시비 446억 원을 들여 추진하려는 동부네거리~동부여성가족원 2.7km의 스마트트램과 32.4km의 도시철도2호선 트램도 치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트램은 지하철보다는 건설비가 적게 들지만 시내버스에 비해서는 운영비가 많이 들고 노선운영에도 한계가 있으며 승객 수용도 제한적이다. 2개 차로 이상을 점유하니 도로여건도 맞아야 하고 승용차 등 기존 교통수단의 통행이 많을수록 사고위험도 커진다.

약자를 배려한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유럽도시를 누비는 트램이 복잡한 대전도심을 원활히 달릴 수 있을지는 더 검증이 필요하다. 공공시설을 만들 때 이중삼중으로 챙기지 않으면 곳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단체장들은 일단 발표하고 선전만 할뿐 사업 실패로 인한 폐해는 거의 생각지 않는다. 의정부 경전철을 보며 한탕주의 욕심과 엉터리 수요예측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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