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의 무역일기]

강대훈 화동무역 대표

필자는 중국의 국가급 투자 유치 대회 China EV 100에 초청받아 중국 북경 하이뎬(海淀)구에 자리한 IT 클러스터 ‘중관촌’을 찾았다.

북경 중관촌은 2만여 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고, 연간 4200억 달러(430조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하루에 49개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창업 메카이다.

중국은 북경의 중관촌과 심천의 화창베이를 선두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패권을 넘어 세계 최고의 인재와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도약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대덕연구개발특구)가 1973년부터 조성된 것이니 과학 클러스터로서는 우리가 1988년에 사이언스 파크를 시작한 중관촌보다 15년 앞섰다.

그러나 오늘날 대덕특구와 북경 중관촌, 두 지역의 차원은 달라졌다.

한국이 미래를 잃고 헤매는 사이에 중국은 창업 기업 수가 한국의 100배, 인구 대비 창업 기업은 4배, 투자 규모는 10배 이상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중관촌은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 같은 거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면적을 합친 면적인 75㎢의 거대한 과학 기술 집적 단지가 됐다. 
 

중관촌 거리

중관촌에는 세계 1위 PC 기업 레노버,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 중국판 애플인 샤오미, 칭화대(靑華大), 칭화 사이언스 파크(靑華科技園), 베이징대, 레전드 캐피털, 중국 최대 창업 인큐베이터인 촹신궁창(創新工場·innovaiton works) 등이 줄지어 있다. 

중관촌에서는 창업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를 위한 시스템과 자금이 기다리고 있고 판로 지원과 마케팅, 컨설팅이 제공되며 상장으로 이어가는 창업 생태계가 마련돼 있다. 

중관촌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귀국한 창업자가 2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 중관촌 거리에서는 중국어와 영어가 함께 들린다. 이것은 해외 유턴 인재들에 대한 지원이 파격적이며 촘촘하게 마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관촌에 있는 베이징대, 칭화대를 비롯한 41개의 대학들에서 인력을 쏟아 내고 있으며 학생과 투자 전문가를 매칭하는 1 대 1 프로그램이 곳곳에 있다. 필자의 젊은 파트너인 ARK의 레오는 타이완 출신으로 베이징 대학교 MBA에 다니면서 투자유치를 중계하는 코디네이터이다.

중관촌 투자 회사 ARK 레오 대표와 화동인터내셔널 강대훈 대표(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덕특구가 다시 도약하려면 글로벌 기업과 투자 유치가 들어와야 한다.

대전에는 정부출연연구소를 비롯해 연구 관련 기관이 1500개가 넘는다. 박사 1만 2000여 명에 석사 1만 1000여 명 등 연구자는 3 명에 달한다. 이 정도가 되면 세계적인 연구 집약 단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 입주해 있는 외국인 기업 수는 얼마나 되는가?

문제는 글로벌화.

중관촌에 입주한 외국 기업은 2000개가 넘고 구글 R&D 센터, MS, HP, 시만텍을 비롯한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200여 개 회사가 중관촌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필자는 이 창업 거리의 한 창업 카페에 들어가 매주 열린다는 창업 경진 대회를 참관했다.
기술 발표를 보는 참가자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이런 기술 설명회를 통해 연간 100여 스타기업들이 투자자를 만나 연 매출 1억 위안이 넘는 회사를 탄생시킨다.  
 


대전의  글로벌 전략은 기술 창업의 최적지로 도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창업의 열기가 뜨거운 젊은 도시, 글로벌 인재와 투자가 몰리는 글로벌 도시 대전은 과학 기술 인프라와 정주 여건은  아시아의 창업 도시로서 손색이 없다.

대덕특구가 대구, 광주에 있는 특구들과 키 재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전이 북경, 심천, 츠쿠바, 싱가로프 같은 창업 특구를 가진 도시들과 경쟁을 해서 이겨야 인구를 방어하고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도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한 거버넌스는 중요한 대목이다.
글로벌 기업 유치는 외국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 한 시간 정도 회의를 하고 악수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치밀하게 우리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이웃 도시와 해외의 경쟁 도시를 함께 연구하는 것으로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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