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내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피고, 이를 집행하는 공직자에게 비리 비위가 없는지도 규찰하는 정부 기관이 감사원이다. 정부에 감사원이 있다면 대전시 충남도 같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에는 감사관실(또는 감사위원회)이 있다. 이 감사관실이 언제부턴가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맞춰 감사를 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대전시는 중구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78건을 적발하고 4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32명에 대해선 훈계를 요구했다. 가장 큰 지적 사항으로는 산서체육공원 시설을 대전시와 협의 없이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중구의 잘못이 없지 않았으나 공무원 징계까지 줄 사안은 아니라는 게 중구 측의 주장이다.

구청 측이 감사 결과에 대해 인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여, 징계 대상자 4명 모두 징계처분을 면하게 되었다. 2명은 불문에 부쳤고 2명도 불문경고에 그쳤다. 공무원에겐 경징계라도 말처럼 가벼운 징계가 아니다. 승진에 큰 영향을 준다. 한 공무원 출신은 “공무원에게 경징계는 형사사건으로 치면 징역형에 해당하고 불문은 입건조차 안 되는 사건”이라고 했다. 불문경고도 경징계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전시는 입건도 어려운 사안을 가지고 4명씩이나 징역형을 때린 셈이다. 중구청장이 표적감사라고 반발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시도 보복 감사 막는 방안 강구해야 

그동안 대전시와 중구가 현안을 놓고 잇따라 대립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대전시가 실시했던 차없는 거리 행사에 지역 상인들이 강력 반발하자, 중구가 행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두 기관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시가 손을 들어야 했다. 대전시는 정부의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된 중구의 뿌리공원 사업에도 제동을 걸었다가 후퇴했다. 대전시는 중구한테 거듭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이런 것들이 보복 감사라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노선 문제로 대전시와 대덕구가 갈등을 빚었던 2011년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다. 당시 대덕구청장은 “대전시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14차례에 걸쳐 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특히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해 11건의 감사를 할 정도로 보복·표적감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엔 답안지를 조작한 도시철도공사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자 대전시 감사관실은 처음부터 누가 비리를 저질렀는지보다 누가 비리를 제보했는지에 더 매달렸다. 시는 끝내 제보자까지 해임시켰지만 억지 조치여서 무효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감사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모른 체하거나 흐지부지 하면서, 심하게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중벌을 내린다. 상급 기관의 갑질 감사다. 감사 부서가 자치단체장의 ‘진돗개 역할’을 하는 꼴이다. 바로잡아야 한다. 논란을 빚는 감사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등 제3의 기관에서 감사의 공정성을 감사하는 제도라도 강구해봐야 한다. 지방의회가 감사의 공정성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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