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어느 날 키도 크고 잘 생긴 고등학생 아들을 엄마가 데리고 상담하러 오셨다. 부모님의 상담의뢰 문제는 ‘아들이 갑자기 말수도 없고 웃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의 모습처럼 아들이 말도 잘하고, 웃었으면 한다는 것이 부모님의 바람이다.


 나는 학생을 만나고 기분이 좋았다. 마음도 여리고 따뜻했다. 자신 표현도 잘하고, 상담하는 내내 눈동자가 빛났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이 전처럼 부모님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 듣고 부모님의 성향부터 분석했다.


어머니의 성격은 대인관계에서 소통할 때 온화하고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지만, 표면에 들어나는 것은 자신의 감정표출이 심하게 사람에게 비춰진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그대로 다 들어내기 때문에 상대방이 버겁거나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성격도 급한 편이고 원하는 대로 바로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감정표현이 상대방에 그대로 드러나는 약점을 보이는 그런 분이었다.

반면 아버지의 성격은 청각이 예민하여 자동차 엔진소리만 듣고도 어느 부분이 고장이 난 것을 빨리 발견하는 편이다. 그래서 소통할 때 쓰는 성격은 간섭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잔소리이든, 칭찬이든, 조언이든, 한 번 이상 듣는 것을 힘들어하는 분이다.

때론 상대편의 언행에 대하여 자존심이 상할 때가 종종 있으며, 보수성향도 많이 지니고 있고, 상황에 따라 유연성과 융통성부분이 부족한 것처럼 자신이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학생의 성격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부모님과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소통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많고, 생각이 많은 편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소극적인 성격에다가 내향적이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마치 그 사람의 일생에 관련된 것을 내 것처럼 소중히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며 양보도 잘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함을 보인다. 자신의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걱정하고 고민하며 때로는 모르는 사람의 감정까지도 걱정하는 성격을 지녔다.


여기까지만 봐도, 부모님과 얼마나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부모님과 다른 성격차이를 보이는 경우 상처는 아들이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직 어린데, 너가 뭘 알아? 상처는 무슨 상처야’ 라고 반문하신 분들이 많다.


 학생이 어렸을 때는 부모님하고 조잘대며 얘기도 잘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을 버거워하고 힘들어 하는 것은 어쩌면 성장한 뒤에는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그래서 부모님 자신 먼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님들께서는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커 준 것 만으로도 참 대견하고, 잘 살아왔구나하며 어깨를 토닥여줘야 한다. 그리고 학생을 설득하려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해 주면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배려심 많은 성향으로 부모님께 다시 말을 걸고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저항이 있다. 저항할 때 설득하려 든다면 저항은 더 강해지는 법이다. 그러니 인정부터 해줘야 한다. 인정하는 순간 소통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닌까 청춘이다> 책 표지에 이런 글이 있다.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처럼 누구나 고통, 외로움, 슬픔, 좌절감, 괴로움, 고달픔, 고독, 아픔 등을 느끼면서도 겉으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마음에 묻어 둔다. 시련은 자신에게 긍정의 힘이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이런 시련을 불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택이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과 불행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사춘기를 지날 때까지 옆에서 지지자가 되어주는 역할, 그 역할을 하는 자가 가장 가까운 부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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