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안 지사에게 ‘대언론선언’을 묻다…세종시 기자단의 시사점

지난 17일 열린

#1 충남도청이 신청사로 이전한 직후인 2013년 3월, 도청 기자실에선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전충남기자협회 소속 언론들로 구성된 회원사(MBC, KBS, TJB, CBS, YTN, 대전일보, 중도일보, 충청투데이, 연합뉴스 등 9개사)들이 기자실 부스사용 독점을 시도했고, 이에 반발한 다른 출입기자와 멱살잡이가 일어난 것. 
이후 도청직원들,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이 일자, 지방3사(대전, 중도, 충투)가 3개씩 사용하던 부스를 2개만 사용하는 걸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20개 부스 중 12개는 회원사가 사용하고 나머지 8개를 자유취재석으로 개방하게 됐다. 

#2 약 4년이 흐른 2017년 1월 17일 ‘충남도청 기자단 초청 안희정 도지사 타운홀 미팅’이 회원사의 제안으로 열린다. 회원사와 안 지사, 사회자만 전면 패널자리에 앉아 주요 질의 응답을 주고받았고, 나머지 기자들은 방청석에서 겨우 마이크를 잡아야 질문할 수 있었다. 
질문 수도 3~4개씩 주어진 회원사와 어떻게든 기회를 얻어야 질문이 가능했던 다른 기자들과는 입장 차이가 선명했다. 9개의 회원사가 도청 출입기자들을 대표하는 듯한 자리였고, 나머지 기자들은 들러리만 됐다는 뒷말만 무성했다. 그리고 이 행사에 동조한 도청 홍보협력관실에 대한 서운함과 안 지사의 대언론마인드에 대한 의구심마저 거론되고 있다.

충남도청 기자실에 다시금 ‘기득권’이 형성되고 있다. ‘기득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정 계통에 오랫동안 종사하면 많은 정보와 인맥 등에서 시작단계의 사람보다 어느 면에서나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득권’은 인정할 수밖에 없고, 언론계에서는 보통 ‘선배’라는 존중의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를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식의 차별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자본주의 경쟁시장도 아닌,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언론의 영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1과 #2에서 보인 회원사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굳이 자신들끼리 ‘회원사’를 구성해 활동한다는 걸 왜 막겠는가? 그런데 자신들만 옳고 타 언론을 터부시한다면 ‘월권’이자 ‘오만’이다. 여기에 행정부, 도청 홍보협력관실이 동조하게 되면 그야말로 ‘기득권’이 돼버린다. 충남도청 기자실에서 감지되는 ‘기득권’이 불편한 까닭이다.

점점 기울어지는 충남도청 기자실…'불편한 기득권'

물론 이전까지 충남도청 기자실의 분위기가 완전히 개방된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특정 언론사가 전용 자리를 보장받고 있고 이용자가 없는 경우가 허다한 ‘중앙지기자실’도 유지되는 등 ‘특혜’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어렵게 만들어진 개방적인 분위기가 훼손되고 있음은 틀림없다. 기자 역시 도청기자실을 출입하는 한 사람으로서 3년 전보다 무게중심이 회원사 쪽으로 쏠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음을 느낀다. 일례로 최근 행정 외 브리핑 일정을 회원사끼리 공유하다 불만이 제기되고 나서야 게시판을 통해 전체 공지한 적도 있다. 

언론과의 관계를 보면 기관장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다. 쓴 소리를 가했다고 멀리하고, 좋은 기사만 써준다고 가까이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공과 사를 구분해 최대한 다양한 언론에게 공정한 보도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단체장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언론을 다 상대하는 건 매우 어렵다. 오로지 광고비만을 목적으로 출입처만 등록하거나, 늘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 ‘사이비기자’ 등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고 그 안에서 공정성을 담보하는 언론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세종시 기자단 거울삼아야…'원칙'과 '기준' 필요

대표적인 곳이 세종시다. 참고로 기자는 <디트뉴스24>와 자매회사인 <세종포스트>에 근무하면서 세종시청 기자단 구성과정을 몸으로 겪었다.

기자단의 공식 출범 이전까지 충북 중심의 언론, 대전 중심의 언론, 구 연기군의 지역지 등으로 세력화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곤 했다. 특히 세종시 개발이 한창이던 당시, 공사현장을 돌며 금품을 요구한 기자들이 많았는데,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이 형을 마치자마자 명함을 바꿔 다시 기자행세를 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기자단의 첫 번째 조건이 ‘범죄경력증명서’가 됐다. 업무와 관련된 범죄경력자를 걸러 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 회원사의 지역별 형평성을 안배하고 업종별로도 일간지, 방송사뿐 아니라 인터넷, 주간지까지 받아들였다. 이밖에도 출입기간, 기사 비중, 본사 위치 등 다양한 조건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경직성을 막기 위해 자체심의를 열고 새 회원사를 받거나 기존 회원사의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핵심은 ‘기자단’이 출입기자들의 대표성을 갖추는 것. 

여기엔 이춘희 시장의 과감한 결단이 중요했다. 기자단 구성 과정에 배척된 언론사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연일 공격적인 기사를 쏟아냈고 정례브리핑에서 이 시장과 고성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다. 어찌됐든, 세종시 기자단은 무사히 자리를 잡았다. 이는 교육청, 정부기관이나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언론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오늘날 충남도청 언론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관…단체장 역량 가늠할 척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다. 안희정 지사야말로 기득권을 지키려 한 왜곡된 언론보도에 상처받은 인물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회원사가 그릇된 보도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충남도가 보다 진취적인 언론관을 보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크다. 

#2의 행사만 해도 그렇다. 평소(대선행보 이전까지) 언론과의 스킨십이 많지 않았던 그였기에 특정 언론들이 주관한 행사를 참석하면서, 나머지 언론과의 관계나 진행방식 등을 검토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왜일까? 대선행보로 경황이 없었을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그의 언론관에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이 행사를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 ‘홍보비를 지불한 대가성 이벤트’ 등 의혹까지 난무한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자초한 책임도 일부분 있다. 투명하지 않는 기득권에 의혹이 따라다니는 게 세상이치다. 자의든 타의든 회원사와 안 지사는 기득권의 실체를 보여준 셈이 됐다.

이제 충남도가 소신을 보여야 할 때다.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적용한 기자실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안 지사에게 ‘대언론선언’을 묻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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