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학부모 및 노인회 등 수십명 몰려와 대립

성모의 집 예산 심사를 앞둔 13일 대전 동구의회에서 이해당사자인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동구지회 소속 회원 등 성모의 집 신축 이전을 찬성하는 측과 이전을 반대하는 보문중고 학부모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로 예정된 동구의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성모의 집 예산 심사를 앞두고 예결위 회의실 앞에 모여 양측의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부모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석준스님과 동화스님(보광사 주지)과 경원스님(광제사 주지) 등 (사)대전불교사암연합회에서 활동 중인 스님 10여명이 노인회 소속 회원들과 말싸움이 발생한 것.

스님들은 성모의 집 이전 반대 이유를 어필했고, 반대로 노인회 회원들도 이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회의에 앞서 강정규 예결위원장은 보문중고측과 성모의 집을 운영 중인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양측의 의견을 조율했지만 엇갈린 입장만 확인한채 성과없이 간담회를 마무리됐다.

학부모 및 스님들은 예결위 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성모의 집 이전 반대를 주장했고, 노인회 회원들은 반대편에 앉아 이전이 필요함을 요구했다.

예결위원들은 양측의 첨예한 대립때문인지 당초 오전 10시부터 시작할 회의를 15분 가량 늦춰 심의를 시작했다. 심의 시작과 함께 예결위 회의장에서도 이들의 갈등은 그대로 재현됐다.

성모의 집 신축 이전을 추진 중인 가톨릭사회 복지회 관계자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성모의 집을 설립해 운영하다 좋은 환경에서 하고자 하는 취지로 예산을 수립했다"며 "학생 환경에 대한 우려 이해한다. 그러나 소외되고 밥 한끼 못 먹는 분들을 위한 시설에 대해 교권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는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취지로 학교에서 가르친다면 상생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라며 "학교와 학부모들이 넒고 깊게 생각해 예산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이전을 반대하는 측인 노재근 보문고 교장은 "학교가 1~2년에 끝나는게 아니듯 성모의 집도 건물이 들어오면 영구적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여건이 안 좋은 학교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는 존폐를 우려할 정도로 많은 지장이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노 교장은 "성모의 집이 학교 옆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학교는 망하라는 얘기"라며 "70년된 학교를 문 닫을 수 없다. 밀실행정으로 한마디 상의없이 추진하면서 종교 갈등도 생겼다. 다른 장소로 이전하면 서로 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문고 행정실장은 "예산은 통과시키돼 성모의 집 이전지는 동구지역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달라는 단서 조항을 남겨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예결위는 오전 10시 50분부터 심의가 예정된 예산안에 대해 심사를 시작했다. 성모의 집 예산은 회의 일정상 이날 오후경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 여부에 따라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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