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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유병언, 김영란… 법
오세훈, 유병언, 김영란… 법
  • 가기천
  • 승인 2016.10.06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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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근래 사람 이름을 빗댄 법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국회의원이던 2004년, 기업이나 법인이 단체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낡은 정치풍토를 개혁하고자 정치관계 법 개정을 주도했는데, 이를 일명 ‘오세훈법’이라고 한다.

가기천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공무원이 불법으로 얻은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시효를 연장하는 등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개정하여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미납추징금 집행시효 만료기한을 연장한 법을 일명 ‘전두환법’이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조두순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유병언법’(범죄수익 은익규제 및 처벌법),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등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연일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이 법은 공직자는 물론이고 일부 민간영역까지 적용된다는 면에서 과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부정․비리추방운동’차원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혹자는 우리나라 사회풍토가 9.28 이전과 이후로 구별될 것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정과 연(緣)을 중시한 우리 문화는 이에 기대어 청탁이나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행태로 이득을 보거나 어려운 일을 해결해 보려는 풍조를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어두운 관행을 없애보려고 때마다 집권자의 의지로 서정쇄신, 사회정화, 사정, 청탁배격운동을 전개하곤 했으나, 당시에만 반짝하고 유야무야되었다. 깨끗하고 공정한 공직풍토, 건강하고 투명한 사회조성분위기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친 것이다.

우리 사회 청탁문화와 접대관행 바꾸게 될 김영란법

‘김영란법’이 가지는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적용대상 범위가 매우 넓다. 공무원을 비롯하여 공공기관․교육기관․언론계 종사자와 배우자까지 모두 400여 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더하여 일반 국민이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한다면 제재대상이 되므로 결국 전 국민이 대상이이라고 할 수 있다. 법조문에도 ‘누구든지’라는 용어가 여러 번 들어있다.

둘째,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 없이 단순 접대를 한 민간인까지 쌍방 처벌되는 법이다. 게다가 금지되는 금품의 범위도 매우 넓다. 현금이나 상품권은 물론 교통·숙박 등 편의제공도 해당된다. 셋째, 공직자 등에 대한 미풍양속의 범위까지도 법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논란은 있지만 식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금 10만원으로 허용한도를 명확히 했다.

법 하나가 이만큼 나라를 뒤흔들었던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법은 당장 우리 사회의 청탁문화와 접대관행을 뿌리째 바꾸게 될 것이다. 식당메뉴에 ‘김영란법 맞춤 식사티켓’, ‘영란 세트’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혼식장, 장례식장의 바뀐 풍경과, 이른바 ‘란파라치’의 활동양상도 보여주고 있다. 농축수산업과 외식업, 유통업 종사자, 심지어 대리기사들마저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는다. 시행 초기라서 그런지 언론에서도 연일 변화된 사회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대상 기관에서는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하는 등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동적인 대처가 아니라 법 제정목적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의식전환과 업무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법 때문에 업무분위기가 위축되고 일처리에 소극적이 되어 국민생활에 불편을 준다면 그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민관계를 멀리하거나 경직된 자세는 벗어나야 옳다.

김영란법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최후 수단 되어야

법이 성과를 거두려면 우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불합리한 규정을 대폭 개선하여 공직자의 재량권을 줄여야 한다. 규제사항을 열기식(列記式)으로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일일이 나열해놓고 규정에 없는 건 못하게 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예외규정, 특례규정, 단서규정을 축소해야한다.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까지는 받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갖는다. 어떤 연유가 배경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직자가 직무관련 여부를 떠나 적은 돈일망정 ‘받는 것’을 용인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워낙 충격요법이라 처음엔 다소의 혼란과 불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인간관계가 건조해지고 사회가 삭막해지며, 전통적인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 일부 업종이나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더구나 공직자 등의 의욕과 사기를 꺾는다거나 업무수행의지를 위축시키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법으로 공정한 직무수행, 투명한 사회, 건전하고 합리적인 국민의식 정착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하고, 느슨해지거나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법으로도 되지 않는다면 다음은 과연 무슨 방안이 있을까를 생각할 때, 이 법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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