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충남도정의 대체재·보완재 준비해야 하는 이유

22일 진행된 안희정 충남지사의 회견에 대한 기자의 예상은 적중했다. 회견 장소가 대회의실이나 기자실, 브리핑실이 아닌, 커피숍처럼 꾸며진 내포마루로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도정보다는 대권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약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회견은 ‘대선 주자 안희정의 토크 콘서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장소에 맞춰 캐주얼을 입고 나온 안 지사는 시종일관 분위기를 주도했고, 일부 공격적인 질문에도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도지사가 아닌, 대선 주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자리였다.

다음날 보도된 <금강일보>의 칼럼이 눈길을 끌었다. ‘안희정은 충남도지사다’라는 제목의 글인데, “결정의 순간까지 도백으로서의 주어진 소임에 충실해 달라”는 주문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대선 주자 안희정의 토크 콘서트’ 씁쓸…“안희정은 충남도지사다” 칼럼 눈길

그러나 한편으론,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더 이상 안 지사에게 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날 회견은 도 출입기자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질문의 70% 가까이도 안 지사의 대선 행보에 대한 것이었다. 도 출입기자들조차 더 이상 안 지사에게 도정에 대해 물을 게 없어진 측면도 있다.

일부 공감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대목이 적지 않다. 도정이 처한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전직 대통령처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독수리 마크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지하 벙커에서 회의를 가질 필요까진 없겠지만, 도정에 대한 절박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 자리였다는 점은 씁쓸하다.

예를 들어보자. 안 지사는 3농혁신에 대한 비판을 한 새누리당 도의원을 겨냥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계신 분들”이라는 전제를 붙였는데, 상대방의 진의를 정치공세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안면도 관광지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지만 분위기에 묻혀 위기감을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질문의 70% 가까이는 대선 행보에 관한 것…도정 안 묻는 출입기자들

공직사회의 최대 관심사이자 불만 요인 중 하나인 인사(승진)에 대해선 “일에서 보람을 느끼라”며 소명의식을 강조하는 선에서 답변을 마쳤다. 이 발언을 들은 공직자들의 속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안 지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원’이 뒤늦게 당진·평택항 매립지 소송단에 합류한 것에 대해선 “법무법인 간 특성을 잘 살려 협업하기 위해 최적화된 선택을 한 것”이라는 말로 피해갔다.

차라리 지난 번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저를 신뢰해 달라”고 했더라면 의구심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정무부지사 교체 요구에 대해선 “인사 요인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했는데, 안 지사 혼자만 그런 건 아닌지 되묻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제1야당 원내수석부대표(박완주 국회의원)의 제안보다 더 큰 인사요인이 있을까?

차기 도지사 선거 재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결론을 못 냈다”며 다소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대선 출마야 자기의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라지만, 도지사 선거야 오로지 안 지사의 결심에 달린 일 아닌가 싶다. 도민이 예측 가능한 행보를 하는 것도 공인으로서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충청대망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는데, 그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 안 지사라는 점에서 다른 식의 표현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종합하면, 안 지사의 이날 회견은 자신이 차기 대선에서 “대체재도 보완재도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도정이다. 안 지사가 밝혔다시피 올해 연말 쯤 대선 출마를 결심할 경우 내년부터는 사실상 도지사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다.

2012년 대선을 앞뒀을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의 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 도지사 공백사태 불가피…윤종인 행정부지사, 권한대행 각오해야

김문수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새누리당 대선 주자 경선에 참여했는데, 출마 선언 시기는 그해 4월 22일었다. 반면 김두관 지사는 도지사직에서 물러난 채 같은 해 7월 8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안 지사가 둘 중 어느 선례를 따를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는 도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이완구 전 지사가 도지사직을 던진(2009년 12월) 이후 도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지켜본 바 있다.

갑자기 도정의 방향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당진·팽택항 매립지 분쟁 대응에 허점이 노출된 것도 그 때로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윤종인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을 준비와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당진·평택항 매립지에 대한 소송전이 본격화 될 것이고, 일몰시기를 1년 연장한 내포신도시건설본부가 사라지게 되면서 도 공직사회는 크게 동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롯데컨소시엄의 안면도 관광지 개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르면 내년 9월로 예정돼 있어 도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3농혁신 역시 오로지 ‘3농혁신을 위한 3농혁신’은 아닌지, 서류상으로만 완벽한 정책은 아닌지 누군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시기에 도백이 사실상 공백사태라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안 지사가 대선 출마를 하든 말든, 도정은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도정이 대선캠프처럼 운영되더라도 누군가는 정신 바짝 차리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도정은 이제 대체재와 보완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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