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전 충청남도 부여군 부군수

‘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운동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는 영국 속담이다. 아무리 영양가가 많은 우유일지라도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는 사람보다는 이를 배달하기 위해 새벽부터 이 집 저 집 뛰어 다니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 아니겠는가.

쿠베르탱에 의해 제창된 근대 올림픽의 제1회 대회는 1896년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열렸다. 이 경기가 열렸던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재미있는 조각상이 서 있다. 대리석에 새겼는데 한쪽은 노인 상이고, 반대쪽은 젊은이 상이다. 놀랍게도 노인의 심볼은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데, 젊은이의 심볼은 오히려 축 처져 있다.

열심히 운동을 하면 노인이라도 힘이 좋아지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젊은이라도 힘이 약해짐을 경고하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식민지를 경영할 때 운동장 없는 학교를 건설해 운영했다고 한다. 국민성을 나약하게 만들어 식민지 경영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나약한 사람의 집합체는 나약한 국민이 되고, 나약한 국민은 식민통치에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로부터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건강한 신체는 운동을 해야 만들어진다. 이 같이 운동이 미치는 중요성을 알았기에 프랑스는 식민지 국민들에게 운동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야비한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에게 있어서 운동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나 성장기  학생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얼마 전 지역TV방송 채널을 돌리다 보니  대전의 모(某) 초등학교에서 여자 교장선생님과 학부모회가 나서 학교 운동장을 지키려고 호소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요지는 이런 것 같았다. 학교 옆을 지나는 2차선 도로를 교통량이 많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학교 운동장이 도로에 편입되게 되었고, 공사가 진행되면 운동장이 좁아져 육상 트랙이 나오지 않으니 트랙이 나올 수 있도록 편입면적을 줄여달라는 것 같았다. 반면, 해당관청에서는 지역개발의 필요성도 있음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 방송보도를 보면서, 언뜻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그 때의 겨울은 날씨도 엄청 추웠지만 입을 옷도 변변치 않았다. 따라서 학교에 가면 햇볕 잘 드는 양지쪽에 모여 추위를 녹이기 일쑤였다. 이럴 때마다 선생님들이 매를 들고 운동장으로 내쫒았다. 운동장에서 뛰놀며 추위를 이기도록 운동을 시킨 것이었다.

필자가 앞부분에서 운동과 관련해 중언부언 한 것도 이 방송을 본 때문이다. 이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고 운동할 수 있도록 해당관청에서 ‘운동장 편입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요즘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조차 아이들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까운데, 초등학교에서나마 운동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도로확장도 시급할 것이다. 교통체증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로를 꼭 자로 잰 듯이 직선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방법을 찾으면 답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학교 측과 해당관청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 학교 운동장이 축소는 되더라도 제 기능을 하고, 도로확장도 기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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