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교육청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설 연휴가 끝난 11일 오전 8시 30분. 최교진(62) 세종교육감이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 섰다. 전국 14개 시·도교육감이 돌아가면서 하는 1인 시위 동참을 위해서다.

그의 손에는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입니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이제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답해야 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이 들려져 있었다.

누리과정 예산 관련 대통령 결단 촉구 1인 시위

최 교육감은 “법령에 정해져 있는 교육과 학예에 관한 예산, 다시 말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을 위해 써야할 (정부의)예산은 내려왔지만, 어린이집 보육 관련 예산은 단 한 푼도 내려오지 않았다. 단지, 반드시 편성하라는 공문만 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보육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태가 길어지면 교육대란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청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통령께서 결단해 주셔야 한다. 긴급 재정지원을 해 주시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결단해 주기를 원하면서 오늘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누리과정 대상 원아 5000명, 세종시 처한 교육환경

세종시는 40대 이하 인구가 전체의 80%에 달해 전국 평균인 68%보다 무려 20%p 가까이 높은 도시다. 평균 연령은 31.1세이며, 30대(30~39세) 인구가 23.6%를 차지하고 있다.

또 2016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대상 원아 수는 5000명(유치원 6000명)이다. 어린이집 원아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로 2020년에는 7600에 육박,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액만 280억 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세종시의 경우 현재 실질적으로 가용할 예산은 약 330억 원. 그 중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예산은 172억 원 가량이다. 그러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육에 써야할 돈을 쓰지 못하게 된다. 급한 대로 40억 원을 예비비로 편성해 3월까지 편성은 마쳤다. 때문에 늦어도 4월까진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와야 세종시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예비비 40억도 3월이면 동 나 '어찌 하리오'

이는 비단 세종시에만 국한된 사정은 아니다.

최 교육감은 “정부에서 시간을 갖고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원한다. 세종시 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 시·도는 어려운 곳이 더 많다. 그래서 전국의 교육감들이 같은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고, 대통령께 간곡히 호소하는 1인 시위도 함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다 줬다”는 중앙 정부의 주장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께 보고가 잘못 들어간 것 같다. 지난 2015년도 예산 편성할 때 교육부는 별도 예산이 필요하다며 2조 4천억 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에서 깎이면서 작년에 문제가 발생했다. 긴급하게 5046억 원을 우회 지원하는 형식으로 편성하고, 나머지는 지방채 발행을 허용해 겨우 넘겼다. 그럼 올해도 그 정도 예산을 편성해야 했는데, 올해는 교육부에서 아예 편성 자체를 않고, 의무지출 경비로 하라는 공문만 보냈다. 사실상 어린이집 보육료 관련 예산은 단 한 푼도 편성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통령께서 이 사실을 정확하게 보고를 받으셔야 한다.”

임시방편 장기화, 대한민국 전체 교육 흔들려..본질적 해결책 찾아야

세종시 자체 재원 조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교육청은 예산을 별도로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유·초·중·고 교육에 일정부분 피해를 입히면서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순 있겠지만, 장기화 됐을 때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전체 교육이 매우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교육감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에는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이어간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지난 3일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기자회견 성명서에 서면 동의는 했지만, 1인 시위에는 불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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