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下>대구는 안경산업특구, 대전도 실효적 정첵 발굴해야

대전은 안경렌즈 산업의 원조라고 할 만큼 특화된 도시다. 1980년대부터 한독옵텍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고, 1990년대 최대 호황을 누리며 대전의 대표 전통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말 안경렌즈의 연간 국내 전체 수출액 중 40% 이상을 대전이 차지할 만큼 여전히 비중 있는 전통산업이다. 하지만 대전시나 지역민들의 관심도는 낮다.

왜 그럴까. 이런 전통산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역시 이 분야에서 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안경산업의 원조도시 대전은 그런 사이 후발주자인 대구시에 밀리고 있다.

오히려 뒤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대구가 대전을 제치고 안경산업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부각돼 있다. 대구는 ‘안경테’를 주력으로 안경산업특구까지 지정해 지원할 만큼 물심양면의 정책을 편다. 대전시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디트뉴스24>는 앞서 대전의 대표 전통산업인 안경렌즈 산업의 실태를 분석했고, 이번에는 타 지자체 사례 및 전문가 의견을 소개한다.

‘안경 도시’ 탈바꿈하는 대구시

현재 국내 안경산업 중에는 대구시가 가장 열성적이다. 대구는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한국안광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옛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을 설립했다. 150억원의 재원 중 대구시가 72억원을 부담했다. 대전과 시각, 정책 등에서 다른 모습이다.

이 진흥원은 안경산업에 대한 인프라 구축(건물·장비·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안경산업기술연구개발(소재개발·공정개선·디자인개발 등), 기업 비즈니스 지원(디자인공모전·해외전시회 참가) 등의 사업을 벌인다.

진흥원은 매년 대구시로부터 경상보조비 형태로 운영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진흥원은 2006년 9월 전국 최초로 제조업분야에서 ‘대구안경산업특구’를 지정했다. 이후 안경 거리 조성 및 형상물 제작, 아파트형 공장(아이빌)을 설립했고 매년 안경축제를 벌인다.

눈에 띄는 건 이 특구 내 소위 ‘아이빌’이라는 이름의 안경토털비즈니스센터까지 건립한 것.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이 센터에는 약 20억원 규모의 신규 장비가 구축돼 있으며, 안경 제조 및 판매 업체들이 입점 중이다. 안경디자인연구소까지 뒀다. 운영은 역시 진흥원이 맡는다. 건축비만 178억원이 들었다.

대구시는 진흥원과 함께 매년 4월 대구엑스포에서 ‘대구국제안경전시회(DIOPS)’를 연다. 이 행사에는 안경관련 200여개 업체가 참여한다.

전시품목은 주로 안경테를 중심으로 선글라스 안경렌즈, 콘텍트렌즈, 광학기기, 액세서리 등이다. 대전이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인 안경렌즈까지 포함해 안경산업 전체를 소개한다.

이 행사는 2001년부터 시작해 작년까지 총 15회 열렸다. 그러는 사이 대구시는 안경도시로의 위상 정립과 안경산업 육성을 위한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의 브랜드가 세계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시 차원에서 전시회는 물론 판로 개척, 업체 지원 등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대전, 정부 지원과 연결된 일부 지원 외 추가 대책 전무

대전은 지난 6년간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이하 RIS)을 해 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80%와 20%씩 최장 6년간 지원해 지역 전통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6년간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한 후 5년간 의무적으로 성과활용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 RIS사업 역시 지원이 종료된 후 대전시 자체 지원은 전무하다. 대구시는 사업이 종료됐음에도 현재 성과활용기간인 A사업단에 5년간 매년 2억 원씩, B사업단에도 성과활용기간 5년간 매년 2억8000만원씩 지방비를 지원하고 있다.  

RIS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정부 지원 사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지자체로부터 관심 밖으로 밀려난 대전시와 대조적이다.

그나마 대전시는 ‘지역연고(풀뿌리)산업’이라는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역시 안경렌즈 분야가 포함됐다. 이 사업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것이다.

지원비용은 3년간 매년 국비와 지자체간 9대 1 비율 정도다. 지자체 지원비용은 (사업단별로) 매년 5000만~5700만원 수준이다. 

풀뿌리산업 육성사업은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옛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과 지원 체계가 유사하다. 옛 사업의 명칭만 변경된 수준에 그친다. 특화산업인 안경렌즈에 대한 시 차원의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기업 키울 수 있는 여건 조성 시급

독일이나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히든챔피언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작년 6월 우리 정부도 향후 5년간 히든챔피언 기업을 100개 만들겠다고 했다. 대전의 안경업계는 특히 지역 연고 기업인 대명광학이 최근 미국 중견 렌즈 제조사인 비전이즈에 팔린 것을 두고 아쉬워하고 있다.

국가적 손실도 크다. 대명광학은 국내 안경렌즈시장의 22%를 차지하던 점유율 2위 업체다. 지역은 물론 국내 대표적인 히든챔피언들이 외국계에 속속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알찬 기업들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년간 대전렌즈RIS사업단을 이끌었던 명태식 한밭대 교수(기계공학과)는 대명광학이 미국 업체에 넘어간 것을 두고 “지역 대표 히든챔피언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면 국내서 안경렌즈 하나 살 때 1만 원짜리를 2만원에 사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지역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경렌즈 산업 자체에 대한 대전시의 체계적인 육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그는 대구 사례를 예로 들며 “진흥원까지 만들어 안경(테)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는데, 오히려 이 분야 원조도시인 대전은 실효성 있는 정책이 부족해 아쉽다”며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대전시 자체적으로 계속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기업 육성과 관련해 대전시의 실효적이면서도 확고한 대책을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이 종료됐더라도 고효율을 낼 수 있다면 자체 지원을 하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상속세법을 개정해서라도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시 상속세 인하 및 장기 분할 납부 도입 같은 정부 차원의 대책도 지적한다. 여기다 지자체 차원에서 세제 혜택은 물론 지역 중소기업 실태 파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역 중소·중견기업에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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