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팟캐스트] <4> 낭만서점

동네 서점에 가면 책이라면 뭐든지 아는 서점 주인이 있었다. 어디에 무슨책이 꽂혀 있는지, 어떤 작가의 무슨 책이 좋은지. 처방전처럼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던 이름 없는 문학 박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서점이 운영하는 팟캐스트가 그 역할을 이어 받았을지 모른다.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북 팟캐스트 <낭만서점>. 아이러니하게도 ‘낭만’과 ‘서점’이라는 이 시대 가장 힘없는 말을 골랐다. 소설가 정이현과 문학평론가 허희가 1년 동안 진행했고 올해 5월, 소설 집필을 위해 떠난 정 작가에 이어 음악인 박경환이 진행자로 나섰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으로 2003년 ‘재주소년’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의 음악적 감수성과 평론가 허희의 문학적 감수성, 둘이 만나 기분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낭만서점>은 소설 전문 팟캐스트다. 신간 소설은 물론 문학성이 높은 소설을 선정해 소개한다. 서점에서 운영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출판사에 구애받지 않고, 작지만 반짝이는 책에 주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제가 정해지면 두 진행자가 각각 책을 선정하고, 작품의 저자를 초청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녹음은 보통 3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단편이라 할지라도 막상 시작되면 끝날 줄 모른다.

<낭만서점> 공개방송을 통해 열리는 ‘북 콘서트’는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됐다. 소규모 카페에 독자들을 초청해 저자와 함께 책 수다를 나누고, 주제와 어울리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더하기도 한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짧은 이야기 공모전’에서는 ‘그 남자는 거기 서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원고지 30매 이내의 이야기를 공모, 1등 당선작은 방송을 통해 전문이 낭독되는 영예와 함께 세계문학전집 100권이 수여되기도 했다.

진행자 허희 평론가는 38회 「너를 닮은 사람」 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소설을 읽는 일은 연애와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연애가 뭐냐고 묻는 말에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수없이 너를 부르고, 보고 싶고 알고 싶고,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하지만 그러다가 결국 너는 하나도 이해 하지 못한 채 나만 알게 되는 일이라고.”

‘낭만’과 ‘서점’이 사라진 시대, 여전히 다른 세계를 궁금해 하며 책 이야기에 귀가 솔깃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매주 화요일, 그들을 위해 <낭만서점>이 문을 연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