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28>

시작하기보다 어려운 것이 유종의미(有終之美)를 거두는 것이고, 나아감보다 더 힘든 것이 물러남이라 하겠다. 인생에 있어서도 고진감래(苦盡甘來)하면서 성공의 정상에 올라가는 것 못지않게 성공의 정상을 영예롭게 내려오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예롭게 내려오는 ‘물러남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주역의 33번째 괘(卦)인 ‘천산둔(天山遯)’ 괘에서 그 지혜와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천산둔(天山遯)괘에서 둔(遯)은 ‘물러남’ ‘은둔’의 뜻으로 이 괘에는 ‘물러남의 지혜’를 담고 있다.

▴‘물러남에는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영원함과 일정함이 없는 것이 우주 만물변화의 이치다. 인생사에 있어서도 영원한 성공, 영원한 자리, 영원한 청춘은 불가능 하다. 그러나 대체로 자기만은 영원하리라는 착각과 사리사욕에 억매여 물러남을 거부하다 결국은 화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아감을 위한 굳센 투지 못지않게 물러남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적절한 때에 물러나라.

’적절한때에 물러나는 것을 호둔(好遯)이라고 한다.

군자는 호둔(好遯)하기에 명예롭고 아름다운 물러남이 되고, 소인은 호둔 하지 못하고 물러나기를 거부하다가 불명예스럽고 추한 물러남이 된다 하였다. 이처럼 물러남의 시기를 놓치면 쌓아온 공적과 명예가 모두 사라지고 불행한 인생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의 정치사에도 물러날 때를 놓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2분의 지도자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둔미려(遯尾厲) 즉 ‘등 떠밀려 물러나니 위태롭다.’하였다.

▴‘박수칠 때 물러나라.

’가둔(嘉遯)이란 아름다운 물러남이다.

훌륭하게 그 직(職)을 마치고 주위의 칭송을 받으며 물러나는 것이다. 그런데 칭송을 받고 인기가 높아지면 더 머물고 싶은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 하겠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오히려 좋지 않은 것이니 항상 지나침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므로 칭송이나 인기가 지나치기 전에 미련을 두지 말고 용기 있는 결단으로 물러나야한다. 그래서 ‘박수칠 때 물러나라’ 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던 ‘호세무히카’ 우루과이대통령은 성공적인 경제재건, 소통과 믿음의 리더십으로 전폭적인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그가 퇴임할 무렵의 지지율은 무려 65%나 되었다. 국민의 간곡한 연임의 청을 뿌리친 그는 취임식 때 몰고 온 28년 된 자가용을 다시 몰고 고향 시골 마을로 향하였다. 그의 아름다운 퇴장은 그의 치적(治績) 못지않게 참으로 가치 있는 정치적 유산이라 하겠다. 정치를 부귀영달을 위한 평생 직업으로 삼고 한번 자리에 오르면 물러날 줄 모르는 정치인에게 ‘물러남의 미학’을 간곡히 권하는 바이다.

▴‘준비를 한 다음 물러나라.

’비둔(肥遯) 즉 ‘재산을 모은(肥) 후에 물러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러난 후를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해 놓고 물러나는 것이다. 은퇴하기 전에, 은퇴 전보다 더 활기차고 보람된 은퇴 후 삶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현업이나 현직에서 쌓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은퇴 후 강의나 저술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은퇴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은퇴 후 유명강사나 인기저서로서 은퇴전보다 더 눈부신 활동을 하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다. 인생에 있어서는 젊었을 때에, 젊을 때보다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후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인생의 비둔(肥遯)이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가족과 세상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노인은 누구나 고독하다. 자식이나 남편, 아내, 친구 그 누구도 달래주지 못한다. 고독을 달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글쓰기’를 권하고자 한다. 100세에도 시(詩)를 쓰시는 할머니는 나이를 잊으신다고 한다.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자손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써서 책으로 만들어 자손에게 남겨준다면 소중한 유산이 되지 않을까한다.

사람이 세상에 남기는 것은 덕(德)과 공(功) 그리고 책(冊)이라 했다. 그래서 ‘일생에 책 한권 쓰시라.’고 권하는 바이다. 또한 책을 쓰는 동안 고독도 잊고 보람찬 노후 인생의 시너지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틈틈이 글쓰기 연습을 하고, 일기를 쓴다든가 중요한 일은 메모를 하여 두는 등 미리미리 책 쓰기 위한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 그렇다. 호둔(好遯), 가둔(嘉遯), 비둔(肥遯)으로서 인생의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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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토요반)
C반 (매주 토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인문학교육연구소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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