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비효율 꼬집기’ 이면에 숨긴 정치적 코드

이미 끝난 논쟁이 아니었던가. 세종시 방향타를 되돌리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노력이 처연할 정도다.

8일 <한국경제> 신문은 ‘세종시 해저드에 빠진 한국’이란 주제로 무려 8개 기사를 쏟아냈다. 1면 머리기사는 물론, 2개 지면을 털어 ‘세종시 행정비효율’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신문은 머리기사를 통해 “경제관료의 74%가 세종시로 청사를 옮긴 뒤 정책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종시로 이전한 지 1년 이상 된 8개 경제부처의 과장, 국장, 실장(차관보) 등 간부급 공무원 12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였다. 

설문결과를 두고 신문은 “세종시로 이전한 뒤 공무원이 출장 등으로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정책의 질이 떨어지는 ‘세종시 해저드(hazard·위험)’를 관료들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지면은 행정비효율의 사례를 열거하는데 할애했다. 서울 출장 때문에 하루에도 4번씩 KTX 열차에 오르는 공무원이 있다거나, 경제부처들이 세종시 이전 이후 대민접촉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가 줄었다는 등의 사례가 열거됐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세종시 행정비효율 때문이라는 분석기사도 실었다. 이 신문은 메르스 사태가 정점에 이른 지난달 14일 정부 대응에 구멍이 뚫린 이유를 ‘세종시 리스크’ 때문이라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한국경제>가 지적한대로 ‘행정비효율’ 문제는 중앙부처 공무원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문제다.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 124명 설문조사’란 새로운 취재기법이 동원되긴 했지만,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신문은 왜 이렇게 ‘세종시 행정비효율’ 문제에 천착하는 것일까. 그 답은 이 신문의 사설에 등장한다.

“행정은 갈수록 비효율·비생산적이 되고 국책 싱크탱크의 두뇌 이탈로 나라의 지력체계가 흔들린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희대의 책략 결과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바로잡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어쩔 방도가 없다고도 하지만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신문이 “세종시의 저주”, “세종시 리스크” 등 부정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 배경엔 ‘노무현’과 ‘이명박’이란 정치적 코드가 숨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정작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이 신문의 보도에 대해 “너무 나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보우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행정비효율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사설까지 동원해 세종시 흠집내기에 나서는 것은 세종시에 대한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을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무원들이 원하는 것은 국회분원 설치다. 국회분원이 설치되면 행정비효율 문제의 90%가 해결된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도 설문조사 응답자 중 43%가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고 대답한 것에 대해서 거론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국회분원 설치를 아예 불가능한 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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