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막 내린 지역정당 '몰락 ing'

3년 전 새누리당과 합당한 선진통일당(선진당)출신들이 지난 해 지방선거를 비롯해 이번 천안갑 조직위원장 공모에서 뒷전으로 밀리며 합당의 정신이 퇴색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 2012년 10월 25일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 합당 기자회견 뒤 기념촬영 모습, 새누리당 홈페이지)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 '역모한 자는 삼족멸문지화(三族滅門之禍)한다'라고 나와 있다. 조선시대 당시의 반란죄는 본인을 포함해 처가와 외가까지 3족을 멸했다.

반란죄를 저지르면 자신을 포함한 가족, 친척들까지 화가 미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선조 때 붕당정치의 희생양이 된 '정여립 모반사건'의 경우 9족을 멸하기도 했다.

2012년 10월 새누리당과 합당한 선진통일당. 직전 당명인 '자유선진당(自由先進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07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 등이 모여 2008년 2월 창당했다.

'주홍글씨' 새겨진 지역정당 출신..의붓자식은 한 식구 될 수 없다?

18대 총선에서 충청권에 '선진당 바람'을 일으키며 국회 의석 수 18석(지역구 14, 비례4)으로 원내 제3당이 되면서 지역 맹주로 군림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선 5석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지역 정당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대선 직전 새누리당과 합당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선진당이 그동안 지역민들에게 쌓아온 민심과 조직에 힘입어 중원 싸움에서 승리하며 정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 시·도의원 공천에서 선진당 출신 대부분이 기존 새누리당 인사들에 밀리며 균열이 생겼다.

이번에 진행 중인 천안갑 조직위원장 공모에서도 선진당이란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았다. 17대와 18대 선진당 주자였던 도병수, 19대 주자 강동복,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이종설 등은 서류와 면접만 보는 1차 관문을 못 넘었다. 이만하면 선진당 출신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진 '합당 정신'..배려대신 돌아온 건 '배신'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승리를 위해 충청권에서 표를 몰아준 과거 선진당 출신들이 성완종 파문으로 계속적인 불이익을 겪는다면
양당은 합당할 때 상생과 화합을 강조했다.

당내 민주주의를 관철함으로써 대중 정당의 위상을 강화하고, 그 어떤 차별이나 특혜도 배격하겠습니다. 이제 두 당은 하나입니다. 서로 경쟁하던 과거를 뛰어넘고 작은 차이를 녹여 더 큰 비전과 목표를 향해 나갑시다. -새누리당·선진통일당 합당 발표문 中

합의문에도 '대전·충청 지역의 현 선진통일당 소속 선출직 역할을 존중하고 이들이 당무 및 조직, 선거를 통해 지역정책 실현에 매진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한다'고 명시했다.

선진당 출신 인사들은 새집에서 새 출발을 바랐지만, 새집에선 의붓자식을 한 식구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의붓자식들이 줄곧 '홀대론'을 이야기한 배경이다.

홀대 속 내쫓기는 지역 정당 후예들, '진짜 반역' 꿈꿀 수도

어쩌면 선진당 원내대표를 지낸 성완종 전 의원의 자살이 몰고 온 정치적 파문으로 미운털이 박혔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성 전 의원이 차기 대권에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내세우려 했던 부분이 정권의 표적이 됐을거란 얘기도 한다.

만에 하나 그런 이유로 새누리당이 선진당을 지우려는 거라면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선진당과 새누리당 합당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성 전 의원이란 사실을. 또 선진당 출신들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위해 한겨울 칼바람을 맞아가며 표를 모아줬던 사실을 말이다. 

성 전 의원이 정권에 맞서려 했다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성완종 리스트' 이후 선진당 출신들을 대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마치 '씨를 말리겠다'는 섬뜩함마저 들 정도다. 이것이야말로 '배신의 정치' 아닌가.

한때 충청도를 호령하던 선진당은 4년의 '화려한 시절'을 접은 채 과거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주홍 글씨'가 새겨진 남은 자들의 몰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ing)이다. 그들은 어쩌면 이러다 '진짜 반역'을 꿈꿀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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