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1.7%…1년 새 10분의 1로 줄어

조치원 교동초에서 진행한 별밤캠프 모습. 아빠와 보내는 즐거운 시간에 호응이 높았다.

세종시 조치원교동초등학교(교장 조성자)가 학교폭력피해 실태조사 결과 응답률이 1년 만에 10분의 1로 줄어들어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45년 조치원길야공립국민학교로 개교한 교동초등학교는 현재 15개 학급(특수학급 2학급 포함) 350여명의 학생들이 70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학교는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구 연기군청 등 공무원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우수 학교로 손꼽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변 상가와 주택가의 공동화 현상으로 열악한 가정환경의 학생들이 부쩍 늘면서 학습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된 상황.

전학생 중 이혼 후 할머니와 지내는 조손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이 상당수고, 전체 학생 중 다문화가정, 저소득가정 등 복지대상 학생이 16%에 달한다. 가슴속에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허물지 못한 마음의 벽은 공격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면 서로에게 또 다른 생채기를 남길 때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교동초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자체 학교폭력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매년 10%대의 응답률을 보였다. 10명 중 1명꼴로 학교폭력을 경험한 셈. 하지만 학교 측은 교육현장에서 발견되는 폭력 상황에 비해 응답률이 높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한 발 더 들어가 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아이들이 겪었다고 말한 학교폭력의 대부분은 놀림과 따돌림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였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학교측은 이 점에 착안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학교폭력과의 전면전 선포…지난해 1년간 7개 프로그램 운영

지난 한해 교동초가 진행한 학교폭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프로그램은 공감프로그램 운영, 어울림 프로그램, 어깨동무 학교, 학생정신건강 지역협력 모델학교, 또래조정, 또래상담, 어르신 순찰대 시범학교 등 무려 7개나 된다. 학교폭력 해소를 위해 학교가 얼마나 역량을 집중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무학년제 Dream High 합창단 연습 모습. 조치원 교동초는 학생들의 인성발달을 위해 다양한 예·체·능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 시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동초는 우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폭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는 또래상담부 및 또래조정부 교육, 학교폭력 예방활동뿐 아니라 인근 노인정까지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두드림 봉사단, 2인 1조씩 사각지대 순찰활동 등을 진행 중이며 오는 7월에는 친구사랑데이에 프리허그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와 예술 활동의 장이 되고 있는 20여개의 ‘끼·꿈·땀 동아리’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높다. 소프트볼부, 족구부는 지난해 세종시르 대표해 전국 스포츠클럽대회에 출전했고, Joyful 중창단과 Dream High 합창단은 세종시 예능장학생 선발대회에서 초등부 우수상과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또 무학년(2~6학년을 학년 구분 없이 교육)제로 운영하는 Dream High 합창단은 ‘제5회 전국 어린이 교통안전 음악대회’에서 3위, ‘제15회 전국 소방동요경연대회’ 은상을 수상하는 등 학생들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이 외에도 학교폭력예방 눈높이 교육, 학급 내 소통 및 교우관계 개선을 위한 어깨동무의 날, 선생님과의 소통을 위한 사제동행 힐링타임, 학부모 및 지역사회 유관 기관과의 소통을 통한 학교폭력예방활동으로 학부모 순찰대, 별밤캠프, 행복바자회 등도 호응을 얻었다. 

‘아빠와 같이 아빠의 가치-별밤캠프’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올해 상반기에 진행하려 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잠정 보류됐다.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 교동초의 학교폭력피해 응답률은 2014년 하반기 11.7%에서 2015년 상반기에 1.7%로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학교는 학교폭력예방우수학교로 표창을 받았다. 교사와 학생, 지역사회가 한뜻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물리적 폭행보다 무서운 마음의 상처…‘감성 치유’에 집중

학교 측은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초점을 맞춘 ‘상담’ 프로그램이 학교폭력예방 정책 중 가장 큰 효과가 컸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감시와 통제가 아닌 위로와 공감이라는 결론도 얻었다.

또래 조정자 교육 모습. 아이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정자가 돼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고 있다.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박선정 교사는 “학생들이 자존감이 낮고 피해의식이 강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풀어주는 가장 좋은 프로그램은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지난해에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에서 올해는 학생들의 심리 상담에 기반을 둔 두 개의 프로그램만 운영하고, 저도 반담임을 안 맡고 이 업무를 전담해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교사는 또 “처음엔 학부모와 학생 모두 상담받기를 꺼려했지만 점점 희망자가 늘어 올해는 1학기에만 25명이나 된다. 반면 상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외부상담사를 요청하다 보니 시간적으로나 예산적으로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폭력적인 상황 보다는 오히려 아이들끼리 말 한마디로 주고받는 아픔이 더 크다. 들여다보면 가정적인 문제가 드러나 더 안타깝다. 다행히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좀 더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고] ‘오락(五樂)’으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좋은 학교

조성자 조치원교동초 교장.
학교 주변 도로로 진입하자마자 멀리까지 아주 또렷이 울려 퍼지는 조치원교동초 드림하이 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으며 아침을 열게 된다.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함께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족구, 소프트볼, 피구 등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활기와 생동감으로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우리 학교는 ‘오락(五樂)으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좋은 학교’라는 교육 비전 아래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이 혼연일체 되어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처럼 다섯 가지를 즐기는 기쁨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거목(巨木)과 같은 건강한 다음 세대로 길러내고자 한다. 

배우는 기쁨(一樂), 바르게 자라는 기쁨(二樂), 꿈을 가꾸는 기쁨(三樂), 튼튼한 몸으로 자라는 기쁨(四樂), 나누고 봉사하는 기쁨(五樂)으로 모든 조치원교동가족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실력을 쌓아가 인격과 실력, 감성이 균형잡힌 교육공동체가 되고자 모두 한마음으로 매진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꿈을 즐겁게 가꾸고, 교사들은 전문성을 신장하고 사랑과 열정을 다한 교육을 통해 보람을 느끼며,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하고 교육의 주체로서 함께 학교교육에 동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통과 협력의 EGG(Edu-Gee-Group)는 학년군 중심의 Mini-School을 위한 협의체로 교사간 능동적이고 유기적인 조직을 구축하여 학년 교육과정 운영을 운영하고 있다. EGG에서는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으로 넓게는 교육과정을 함께 조직 운영하고, 좁게는 단위 차시의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해 수업안을 구안, 적용하는 동료 장학 활동을 실천하기도 한다. 

또한 교내의 저경력 교사를 위한 1:1 멘토링 활동으로 교직 생활의 적응을 돕는 것은 물론,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선생님도 즐겁고 행복한 학교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 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끼를 마음껏 펼쳐 즐거움을 찾도록 하고, 교사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해 제자 사랑에 보람을 갖게 해, 누구나 오고 싶고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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