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한 아파트단지에 입주를 앞둔 무렵, 입주예정자대표와 몇 사람이 시청을 찾아왔다. 손에는 분양 당시 시공사에서 배포한 전단지가 들려있었는데, 아파트부근에 있는 하천에는 맑은 물이 가득하고 주위는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으며, 정문 앞 도로에는 육교가 있었다.

그분들은 입주시기가 가까워졌지만 하천은 말라있고 주위는 정리되지 않았으며 육교는 설치될 기미조차 없는데, 시공사에서 그런 전단지를 만들어 홍보한 것을 묵인한 시에도 책임이 있으니 조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시에서 조치할 부분과 시공사에서 맡아 해야 할 사항을 구분하여 이행하기로 약속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막무가내로 주장하고 연이어 찾아오는 바람에 업무에 지장을 줄 지경이었다. 더구나 육교는 기존에 설치된 지역에서도 철거하는 추세였고, 그 곳은 이미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이 실사를 거쳐 부적합하다고 판정했음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파트를 분양하고자 민간시공사가 나름으로 그럴듯하게 만들어 광고한 부분까지 떠맡아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고민했던 사안이었다. 입주할 아파트로 향해야 할 이삿짐 행렬의 방향을 돌릴 수도 있다는 은근한 압박까지 더하여 여름날을 더욱 무덥게 했다.
 
“실제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면피용 문구 넣은 전단지들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공급자들은 상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선택을 받고자 효과적으로 널리 알리려 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 수단가운데 하나가 전단지인데, 날마다 배달되는 신문 사이에 두세 장, 많을 때는 예닐곱 장까지 들어 있다.

이 전단지를 들여다보면,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뜻이라고 믿고 싶지만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적지 않다. 어쩌면 ‘분수효과・샤워효과(고객이 위, 아래로 이동하면서 물건을 구매하게끔 유도하는 것)’를 노리거나 ‘미끼상품(loss leader)’으로 고객의 끌고자 하는 의도에서, 또는 책임을 미룰 ‘면피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상황을 그럴 듯하게 보이게 하거나 과장된 표현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상기 CG는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전에 제작된 것으로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 홍보물은 분양승인 이전의 홍보물로서 분양승인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전단에 표시된 제품은 인쇄상태이므로 경우에 따라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기 투시도는 이미지 컷으로 본 단지를 돋보이게 강조한 부분이 있으며, 실제와 상이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아파트광고지에 들어있는 문구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행정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관계기관의 계획이 없거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곧 시행될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또한, 일부 품목만 할인행사를 하면서도 전체인양 표기하는 경우, 극히 소량의 물품만을 준비하여 일찍 소진되거나, 반대로 물량이 충분함에도 한정수량만 판매하는 것으로 인식을 주어 소비자의 조급한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있다.

‘특가 한정판매’ 광고 보고 매장 찾았다 ‘헛걸음’

「일부 상품은 조기 품절될 수 있으며, 실제 상품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상품은 입점 점포에 한 합니다」. 「한정특가 상품 및 행사상품은 매장에 준비된 수량에 의하여 고객에게 한정판매할 수 있습니다」.

「일부품목은 제외되며, 사양 및 가격이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러하니 이런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으면, 과연 처음부터 그런 상품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일찍 매진되어 헛걸음만하고 그냥 돌아 와야 하는 때가 있다. 행사 품목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일부 품목 제외’라고 하는 것은 오인의 소지가 있으므로 ‘일부 품목만 해당’이라는 문구가 더 타당한 예도 있다.

이런가 하면, 공급자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두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혼란을 주는 경우이다.  「본 전단에 수록된 제품은 품질 개선과 성능 향상을 위해 일부 사양 및 가격이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본 행사의 제품별 포인트 증정, 사은품, 할인율 등은 당사 사정에 의해 예고없이 변경 또는 조기 종료될 수 있습니다」. 「카드정책은 다소 변경될 수 있습니다, 카드정책에 따라 가격변동 가능 합니다」. 「위 가격은 표준제품 가격으로 실제는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본 홍보물은 인쇄과정상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도 일반화 되었는데, 광고에 표기된 금액에서 ‘0’이 빠져 일어난 소송에서 공급자가 지는 바람에 많은 손해를 입은 사례를 교훈 삼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조차 대부분 돋보기를 대고 보아야 할 만큼 작은 크기의 글자, 사진이나 그림위에 인쇄되어 웬만큼 눈여겨보지 않는 다음에야 그런 문구가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또한 이런 문구로 모두 면책이 되는지, 얼마만큼의 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듯한 사진이나 문구로 유인을 하고서 나중에 발뺌을 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그런 무책임한 처사가 마땅치 않다. 이미 일반화한 이런 유형의 광고가 예측할 수 없는 사항이나, 불가피한 경우를 소비자에게 미리 알려준다는 의미는 있다.

호객 목적 과대광고 소비자 냉소와 불신풍조 조장

하지만 이런 방식이 호객을 목적으로 소비자를 혼란하게 하고, 때로는 공연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게 한다면 그것은 멀게 볼 때 올바른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없다. 혹시 냉소와 불신풍조를 만드는데 한몫을 하게 될지 염려된다.

규제개혁이 화두이지만 이런 부분의 규제는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공정위나 관계 당국에서는 광고내용과 글자크기, 표기위치 등과 관련한 법규를 손질하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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