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 소리]

세금은 국가운영을 위해 국민들에게 강제로 지우는 금전적 부담이다. 국민들은 적정한 세금은 수용하지만 과도한 세금에 대해서는 저항을 한다. 이는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다.  

과도한 세금, 국민 저항 불러 

라창호 | 전 부여군 부군수
올해로부터 꼭 800년 전, 영국의 귀족들이 폭군 존왕을 압박해 얻어낸 마그나카르타에는 ‘일반 평의회의 승인 없이 군역(軍役) 대납금과 공과금을 부과하지 못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는 ‘의회의 승인 없이 과세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서 금과옥조가 되고 있다. 또, 1628년 찰스 1세에게 승인을 받은 권리청원에는 '의회의 승인 없이는 어떠한 과세도 강제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1688년의 명예혁명 이듬해에 영국의회가 제정한 권리장전에도 ‘의회의 동의 없이 왕권에 의해 이루어진 과세는 위법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과거 영국에서 있었던 조세저항의 산물이며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시대 때 노(魯)나라 사람들은 가렴주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 날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여인이 무덤 앞에서 애절하게 울고 있었다. 공자가 자로(子路)에게 연유를 알아보라 했다. 자로가 여인에게 다가가 “어인 일로 그리 슬피 우십니까?”하고 물으니, 여인이 “여기는 아주 깊은 산속입니다. 수년전에 시아버님이 호환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호환을 당하고, 이번에는 아들마저 호랑이에게 잡아먹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자로가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습니까?”하고 묻자, 여인은 “그래도 여기는 혹독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탐관오리에게 재물을 뺏기지는 않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잘 기억해 두어라."라고 말했다.

13월의 세금폭탄에 봉급생활자들 절규

얼마 전, 어느 조간 신문을 보니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절규'가 실려 있었다.연말정산 때문에 아우성 치는 직장인들을 풍자한 것이었다.매년 연말정산 때면 직장인들은 13월의 월급을 기대하며 즐거워 했었다.세금 환급금을 목돈으로 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올해에는 직장인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한다.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모의 연말정산을 해보니 환급받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토해내게 됐다는 것이다.이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하나는 매월 봉급에서 원천징수금을 덜 떼고 연말정산 때 덜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뀌었고,또 하나는 연말정산 때 세금 깎아주는 방식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세액공제 방식은 고액 봉급자들이 세금을 더 내는 방식으로 조세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니 옳은 방향이겠지만,그간 정부의 설명은 평균적으로 따져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금부담이 늘지않고.5500만원에서 7000만원 이하는 2만원에서 3만원 증가하며,7000만원 이상인 근로자에게 세금부담이 집중된다는 것이었다.그런데 이는 평균을 말한 것으로 개인사정에 따라서는 5500만원 이하에서도 세금부담이 늘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었다.어쨌든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모양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정부는 매월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액이 줄게 됐다면 연말정산 때 환급액도 준다는 것을 미리 알리고 홍보해야 했다.또,연봉 5500만원 기준선 이하에서도 개인사정에 따라 세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야 했다.아울러 기준선 이하에서의 세금부담 증가요인을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면밀히 검토 분석해 미리 대책을 강구하거나,소득세법을 재개정했어야 옳았다.아무런 조치없이 있다 막상 일이 터지니 허둥대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다.정부.여당이 내놓은 대책은 한마디로 법을 개정해 소급하여 환급해 준다는 것이다.내용을 보면,현재 자녀 1인당 15만원,3인 이상 20만원인 자녀 세액공제를 상향 조정하고,자녀 출생.입양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며,현재 12만원인 독신 근로자 표준 세액공제를 상향 조정한다는 것 등이다.그러면 이러한 대책이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우려는 없는지,소급효를 갖는 법개정 방식이 옳은 것인지,앞으로 국민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법의 제.개정이나 정부정책에 대해 국민 저항이 있을 경우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부와 여당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앞으로 더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부 탓만 하는 야당은  떳떳한가

우리 국민들은 무능한 정치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여야가 정쟁을 일삼다가 국민생활과 밀접한 법안까지도 면밀한 검토없이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문제가 되고 있는 개정소득세법도 작년 1월1일 심야에 무더기로 통과시킨 법이다.이번에 또 정치권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을 봐야 할 것 같다.야당은 세금폭탄 문제가 불거지자 잘못이 하나도 없는 듯 정부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법 개정은 같이 해놓고 말이다.야당은 소득세법 개정시 어떤 견제 역할을 했나 묻고 싶다.차라리 야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다.굴뚝 청소를 같이 하고 나서 '제 얼굴에 묻은 검댕이는 모른체 하며 상대방 얼굴만 더럽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이러한 행태들을 낱낱이 보고 듣고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여야가 합의한 소득세법 개정 때 245명이 찬성하고,단 6명만 반대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야당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모두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이번 13월의 세금폭탄 사태 해결에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밤잠을 자지 않고 고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국민들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결을 바란다.소급효력를 갖는 법 개정이 옳은지 여부는 차치하고,여야는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법 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리 지갑을 가진 봉급생활자들을 더 이상 괴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화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또한,고액 소득자들에게만 지나치게 세 부담을 지우고,소득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세 부담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해결돼서도 안 될 것이다.연말정산에 형평성이 어그러지면 또 다른 사회불화를 낳는다.차라리 그러려면 단순 셈법으로 계산해 이번 연말정산에서 토해내는 세금의 50%든 30%든 일률적으로 깎아주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형평성이 무너지면 안되겠기에 우둔한 민초가 해보는 허튼소리다.오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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