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이 화합하며 사는 밝은 세상 돼야

감기가 열흘이 지나도록 나가지 않는다. 몸이 찌뿌듯하다. 움직임이 귀찮고 마음도 상쾌하지 못하다.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텨보려 했지만 끝내 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다

사회가 병들면 많은 사람 피해 봐

라창호 | 전 부여군 부군수
개인의 병이야 개인이 감내하면 되지만 사회가 병들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사회발전도 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병이 든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린 아이들을 잘 보살펴야 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것도 그렇고, 흉악한 살인 사건이 빈발하는 것도 그렇다.

또 하나는 인간관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갑질이다. 갑질이 우리사회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유형마저 다양하다. 갑질의 예를 들어보면, 신분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위의 사람에게 갑질하고, 직위가 높은 사람이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갑질하고, 돈 많은 사람이 돈 없는 사람에게 갑질하고,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갑질하고, 식당 손님이 식당 주인을 상대로 갑질하고, 택시 승객이 택시 기사를 상대로 갑질하고, 백화점 손님이 백화점 종업원을 상대로 갑질한다. 이런 갑질들은 사회를 우울하게 하는 몹쓸 병이다. 고강도 처방을 해 바로 고쳐야 한다.

상류층은 사회를 밝히는 모범을 보여야

지난해 가을에는 술에 취한 김모 여자 국회의원의 갑질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었다. 여의도에서 자정이 넘도록 세월호가족대책위 대표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는데, 30여분이나 기다려도 대리운전하라는 얘기가 없어 참다못한 대리기사가 돌아간다고 하자, 국회의원이 “야, 거기 안 서. 너, 내가 누군 줄 알아?”라고 소리치면서 시비가 일게 되었고, 끝내는 세월호가족대책위 사람들이 대리기사를 폭행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원래 대리 기사들은 한번이라도 더 대리 운전을 해야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골든타임에 무작정 기다리게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는 신분 높은 사람의 갑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처지의 국민을 상대로 갑질을 했으니 할 말이 없다. 정치인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돼야지 지배자가 되려고 하면 곤란하다.

또 하나는 지난 해 12월초, 소위 ‘땅콩회항’으로 불리는 대한항공의 여 부사장이 일으킨 갑질이다. 뉴욕발 인천행 항공편에 조모 부사장이 일등석에 탔는데,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 째 가져가자 불같이 화를 내며 질책했다 한다. 아마도 조 부사장은 땅콩봉지를 뜯지도 않은 채 가져오자 접대를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승무원은 접대 매뉴얼대로 했는데, 매뉴얼을 잘 알지 못한 부사장이 화를 내며 기내소란까지 폈다니 한심하다. 더구나 이륙을 위해 운행하던 비행기를 탑승구로 회항시키고, 기내 서비스 책임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니 어이없다. 이로 인해 부사장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이제라도 상류층들은 받들어 모셔지기만을 바라지 말고, 아량을 베풀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갑질도 사라져야

갑질은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일어난다. 아파트 주민의 모욕적인 언행을 못 견뎌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해 숨진 경우가 그렇고, 택배를 빨리 찾아가라는 전화를 했다고 노인 경비원을 폭행한 젊은이의 갑질도 그렇다. 부천의 모 백화점에서는 물건을 700여 만원어치 구입했다는 어느 모녀가 주차요원을 무릎 꿇린 일이 있고, 대전의 L 백화점에서는 한 여성이 옷 교환을 요구하던 중, 종업원이 “립스틱이 묻어 교환이 어렵다”고 하자, 고함을 치고 점원의 뺨을 때리는 등 갖은 행패를 부린 끝에 옷을 교환받아 갔다 한다. 이해되지 않는 갑질들이다.

갑질은 공직사회에서도 일어난다. 상급자들의 끊이지 않는 성희롱을 견디지 못한 어느 계약직 여직원이 유서를 남기도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참담하게 한다. 또, 부산시 권모 경찰청장은 연상의 부하 직원에게 보고가 늦다는 이유로 동물에 빗댄 심한 욕을 했다가 당사자의 반발과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사회 갈등을 없애려면 이런 갑질들부터 사라져야 한다.

웃음소리 흘러넘치는 밝은 세상을 소망

한편에서는 “을도 당당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을이라 해서 푸대접 받거나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세상이 돼서는 안 된다. 무리하고 부당한 요구는 거절되고, 이런 거절이 용인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어느 커피 점에서는 반말로 주문하면 커피 값을 더 받고, 고운 말을 쓴 손님에겐 반값을 받는다 한다. 콜센터에서는 성희롱이나 욕설을 할 경우 미리 경고한 후 3회 이상 계속되면 경찰에 고발한다고 한다. 심지어 서울의 어느 쇠고기덮밥집에는 “친절은 없습니다. 따뜻한 밥이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어서 오라”는 메모가 붙어있다 한다.

하지만 을이 너무 당당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또 다른 사회 불화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갑과 을이 화합하며 살아가는 건강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원래 우리는 이웃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훈훈한 정을 가진 민족이 아니었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웃음소리 흘러넘치는 밝은 세상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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