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 칼럼 | 지역예술계 경사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에 선임된 소프라노 한예진 씨. 프라이드온 제공
대전 출신 한예진 씨(44·상명대 특임교수)가 지난 2일 대망의 국립오페라단 예술 감독으로 취임했다. 새해 벽두 예술계를 깜짝 놀라게 한 빅뉴스다.

한 씨는 이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3년 임기의 임명장을 받았다. 지방에서 발탁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대전 음악계, 대전예술계의 경사다. 한 씨는 대전여고를 나와 충남대 예술대학에 입학한 후 중퇴하고, 이탈리아에 유학 가 밀라노 베르디음악원을 졸업했다.

이후 파도바국제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코모국제콩쿠르 등 수 많은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여러 오페라에 출연, 실력을 과시했다. 고향인 대전에서도 오페라와 독창회 등 많은 연주회를 가졌다. 국립오페라단의 ‘아랑’ ‘살로메’ ‘라보엠’ 등에서 주역을 맡았고, ‘사랑의 묘약’ ‘돈조반니’ ‘코지판 투테’ ‘춘희’ ‘춘향전’ ‘시집가는 날’ ‘카르멘’ ‘나비부인’ ‘토스카’ ‘아이다’ ‘리골레토’ 등에서 수십 회의 주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방출신으로 약관 44세의 한 씨가 그보다 경험 많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모든 성악가의 꿈이랄 수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은 뜻밖의 일이다. 이는 창설 63년인 국립오페라단의 역대 예술 감독(단장)의 면면을 보면 금방 수긍이 간다. 초대감독 테너 이인범을 비롯해 바리톤 오현명과 박수길, 테너 안형일 박성원, 소프라노 정은숙 등 역대 감독 대부분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성악가들이 맡아왔다.

한 씨는 세계 오페라계에 밝고 마당발이어서 기대가 크다. 또 친화력이 있는데다 젊고 열정적이어서 국립오페라단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재색을 겸비한 한국 톱클래스 소프라노로 한창 성가를 높이고 있는 중이었다. 필자는 최근 그의 연주회를 두 번 접했다. 그중 지난해 11월7일 서울예술의전당에서의 리사이틀은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 연주회로 기존 독창회를 뛰어 넘는 열창으로 갈채를 받았다.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를 추모하는 콘셉트로 ‘정결한 여신’ ‘어떤 개인 날’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과 잘 알려지지 않은 쿠르트 바일, 피아졸라의 곡을 불렀다. 이날의 오페라 아리아는 너무나 유명한 곡으로 듣기엔 좋지만 부르기는 어렵다. 고음이 계속되고 상당한 힘과 체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는 아주 멋지게 곡을 소화해 연주장을 메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릴리코 스핀토의 칼칼한 소리와 풍부한 성량을 맘껏 과시했다.

오페라단도 노래처럼 자신 있게 이끌길 기대한다. 그러나 노래와 행정은 다르다. 한국오페라 최고 책임자로서 무한한 책임을 갖고 적극 오페라단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행정경험이 없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 아무리 무대에서 많이 뛰고 또 세계 오페라계의 흐름을 꿰고 있다지만 이를 어떻게 예술행정에 접목시킬 수 있느냐가 과제다. 그는 마당발로 친화력이 뛰어나고 소통능력이 탁월해 기대를 걸게 한다.

권오덕 | 전 대전일보 주필
최근 한국성악은 세계성악콩쿠르를 휩쓰는 등 위상이 크게 높아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오페라무대에서 한국성악가 없이는 오페라가 유지되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오페라 발전은 답보상태다. 전용극장은커녕 전용 합창단, 오케스트라, 발레단도 없는 게 현실이다. 행정적·재정적 지원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신임 한 감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문광부와의 폭넓은 소통이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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