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선장이 승객의 운명을 좌우 한다

‘선장’을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배의 항해와 배 안의 모든 사무를 책임지고 선원들을 통솔하는 최고 책임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배를 탈 때 책임을 다하는 좋은 선장을 만난다면 재난을 당해 비록 일부라도 살아 남을 수 있지만, 책임을 망각하고 먼저 도망가는 나쁜 선장을 만난다면 비록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해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세월호 참사 사태가 이를 잘 말해 준다.

배와 승객을 지킨 좋은 선장

버큰헤드호의 시드니 세튼 함장:1852년 2월26일 영국의 해군 수송함 버큰헤드호가 군인과 가족 630명을 태우고 항해하고 있었다. 이 중 130여 명은 여자와 어린이였다. 배가 승객들이 모두 잠든 새벽 2시경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으로부터 65Km 떨어진 해상을 지날 때 암초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사병들은 대부분 신병이었고, 구명정의 정원은 180명에 불과했다. 시드니 세튼 함장은 사병들을 갑판위로 집합시켜 부동 자세를 취한 후 여자와 어린이들을 구명정에 태웠다. 사병들은 부동자세를 한 채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늦게 구조선이 도착했지만 436명이 죽었다. 함장도 죽었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아름다운 전통은 선상 혼란을 막아 인명피해를 줄이고 배와 운명을 함께한 함장과, 명령을 따른 사병들이 남겼다.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1912년 4월10일 타이타닉호가 승객과 승무원 2224명을 태우고 첫 항해에 나섰다. 영국의 사우스햄프턴에서 미국의 뉴욕을 향한 여정이었다. 14일 배가 북대서양을 지날 때  빙산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배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스미스 선장은 즉시 탈출을 명령했다. 구명정은 승객의 절반 정도 밖에  태울 수 없었다. 선장은 "영국인답게 행동하라"고 외쳤다. 구명정엔 부녀자와 어린이부터 태워지고 신사들은 자리를 양보했다.하지만 생존자는 711명에 불과하고 사망자가 1513명이나 됐다. 타이타닉호에서 불과 20마일의 거리를 지나던 캘리포니아호가 무선전신을 꺼놓아  긴급 구조신호를 받지 못했던 것도 한 원인이 됐다. ‘항해하는 모든 선박은 무선전신을 24시간 열어 놓아야 한다’는 국제간의 약속은 이래서 생겼다. 스미스 선장은 살 수가 있었음에도 조타실에서 방향타를 잡은 채 배와 함께 숨졌다. 이 후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전통이 이어졌다. 

서해 훼리호의 백운두 선장:1993년 10월10일 승무원을 포함한 362명의 승객을 싣고 서해 위도를 떠나 부안 격포항으로 항해하던 서해 훼리호가 암수도 부근 해상에서 돌풍을 만나 뱃머리를 돌리던 중 파도를 맞고 전복돼 침몰하는 사고를 당했다. 292명이 사망하고 70명이 구조됐다. 백 선장은 통신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끝까지 구조요청 신호를 보내다 배와 운명을 함께한 것이었다.  

배와 승객을 버린 나쁜 선장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프란치스코 세티노 선장:2012년 1월14일 이탈리아의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승객과 승무원 4229명을 태우고 항해하다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 섬 인근 해상에서 암초와 충돌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세티노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버려둔 채 구명보트로 먼저 도주했다. 이를 알게 된 해안 경비대장은 선장과 통화해 “당장 돌아가서 배에 승선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선장은 명령에 불응하고 해안에 숨어 있다 체포됐다. 그에게는 법정에서  도주혐의가 인정돼 징역 2687년형이 선고됐다. 사망자는 32명이었다.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지난 4월16일, 인천항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탑승객 476명 중  304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당했다.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고등학생들의 희생이 많아 국민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한심한 것은 승객들에게 “자리를 지키라”는 방송을 한 후 선장과 승무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이었다. 배에서 맨 마지막에 나와야 할 사람이 선장 아닌가? 뉴욕 타임즈는 그를 ‘세월호의 악마’라고 했다. 그는 왜 탈출을 명령하지 않았을까?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그가 비록 목숨을 구했다 하나 죗값을 치러야할 앞으로의 삶은 비참할 것이다. 배가 침몰한 맹골수로  바닷물 모두를 퍼내 죄를 씻으려해도  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에 탈출 명령이 있었다면? 

얼마 전의 언론 보도는 아쉬움을 더하게 했다. 침몰사고 당시 퇴선 명령과 적절한 대피 유도가 있었다면 승선원 476명 모두가 탈출할 수 있었다는 컴퓨터 시물레이션 분석결과가 세월호 법정에서 공개됐다는 것이었다. 배안에는 순박한 학생들과 인솔교사들이 함께 있었으니, 탈출 명령만 있었다면 아주 짧은 시간에 질서 있게 탈출해 모두 갑판위로 나왔지 않았겠는가. 우리 곁에 이 선장 같은 나쁜 선장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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