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이 기업인(8)] ‘발효 명인’ 주용순 선숙 대표 “환경과 건강 최우선”


-산약초 장아찌류, 첫 홈쇼핑 진출 방송 30분 만에 완판 ‘진기록’
-천연미네랄 풍부한 1500m 해양심층수·소금에서 장맛 찾아
-발효 명인, 전통식품으로 지역 먹거리 창출 및 후세 비법 전수 계획


주용순 선숙 대표(63)는 어릴 때부터 초계 주씨 11대 종부인 어머니의 음식솜씨를 보고 자랐다. 충북 보은의 유명한 대농에다 보은향교 교조였던 할아버지 덕에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늘 끊이지 않았다. 

주 대표의 어머니 정도순 여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찾아오는 길손 누구라도 배곯지 않도록 음식을 차려 냈다. 정 여사는 수많은 객들이 먹을 1년치 된장과 간장을 담그기 위해 봄이면 며칠씩 메주를 뜨고 뒤뜰을 가득 메운 항아리에 정성스레 장을 담갔다.

주 대표는 ‘음식은 억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보고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어깨 너머로 음식 수업을 받고 자랐다. 

전통의 맛 살리기 위해 ‘선숙’ 설립

주 대표는 지난 1999년부터 장을 담가 주위에 나눠 주곤 했다. 젊은 세대들이 장 담그는 법을 모르는데다 전통식품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나이 들어 장류 등 전통식품을 활성화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난 2008년 장류·장아찌류 생산 기업인 선숙을 설립했다. 전통식품에 매력을 느낀 것은 황태를 이용해 장을 담그는 어머니의 손맛을 살려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 대표 어머니의 장은 황태를 항아리 밑에 깔고 매주를 넣어 담근다는 것. 콩, 매주, 소금 등을 넣어 하는 일반적인 방법과 달리 황태를 발효시켜 여기서 우려 나오는 독특한 장을 담갔다. 어려서 보고 배우며 자란 음식 솜씨가 오늘날 전통식품 기업을 일군 모태가 된 셈이다.

주 대표는 “선숙은 전통비법 그대로를 고집하지만 제조공법을 특허 등록한 발표기술을 활용해 현대인의 건강까지 생각한 전통기능성 식품을 만든다”며 “여기에는 미생물 전문가인 남편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식품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남편이 미생물 배양 관련 기술 특허를 내 환경 관련 사업을 해 오던 중 아내의 전통 맛을 내는데 거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1983년 한국환경미생물연구소를 설립하고 곡물발효를 통한 유용성 미생물 효소균제제를 생산했다. 장을 담가 발효시키는 방법과 유사한 이 기술을 전통 장에 적용, 독자적인 기술을 획득하면서 선숙의 토대를 마련했다. 지금은 남편도 미생물 배양 발효 기술 등과 관련한 실험을 주 대표와 함께 한다. 


미네랄 풍부한 ‘해양심층수’서 장맛 찾아
 
주 대표는 현재 15가지의 장아찌류를 비롯해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 7가지의 장류를 생산한다. 

일반에선 장아찌류를 흔히 제철에 먹지 못하는 것을 저장해 뒀다가 먹는 상당히 짠 음식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주 대표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저염식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일반 장류와 달리 산약초, 곰치, 오가피순 등 약초를 주원료로 해서 장아찌를 담근다. 

독특한 맛의 비결이 또 하나 있다. 해양심층수와 해양심층소금을 쓴다. 

선숙은 이 같은 다양한 경험과 기술력 축적을 기반으로 2009년 4월부터 해양심층수 취수업체인 SK가스 계열사 ㈜파나블루와 기술제휴를 통해 울릉도 해역에서 취수한 해양심층수와 해양심층소금을 사용한다. 국내 최초로 이를 장류에 적용해 매실찹쌀고추장, 매실보리고추장, 매실쩜장, 홍삼고추장, 15종의 효소장아찌 등을 개발했다. 

또 이를 통해 곡물의 발아방법과 저염화 제조공법에 대한 발명특허 2건을 출원했다. 

해양심층수와 해양심층소금을 이용한 장류 특히, 된장과 간장은 평균 숙성 기간이 1.5배 이상 빠르고, 2배 이상 저장 기간이 길다. 이에 따라 장의 염도를 낮출 수 있으며 해양심층수의 효모(미생물) 발육 효과는 증류수, 수돗물에 비해 효모의 촉진효과가 두드러진다. 

여기다 미네랄 성분과 각종 영양 성분이 고루 함유돼 있으며 불순물 등 각종 오염물질의 방해가 없어 맛과 풍미를 지킬 수 있다. 

주 대표는 “선숙의 장류 및 장아찌 등은 설탕, 물엿 등의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산야초, 매실, 과일 등 각종 효소액을 첨가 발효시켜 감칠맛이 난다”며 “수분과 염도가 적당히 조절되며, 효소가 체내에서 다른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돕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방송 30분 만에 완판 ‘진기록’

주 대표는 지난해 대전시의 지원 사업에 선정돼 홈쇼핑인 홈앤쇼핑에 진출했다. 장류와 장아찌류로는 홈쇼핑 사상 최초다. 

그런데 당초 기대와 달리 전체 1시간 방송 중 초반 30분 만에 ‘완판’이란 진기록을 연출했다. 당시 산약초 장아찌류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방송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단 선숙의 장아찌류와 장류 맛을 본 주위에선 “훌륭하다”는 평이 쏟아졌다. 주 대표는 올해도 오는 10월 초부터 앤에스홈쇼핑에 3~4회 방송될 예정. 


선숙 제품은 앞서 서울에 있는 롯데백화점 두 곳에서 판매했다. 또 대전 노은에 있는 품앗이로컬푸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친환경매장인 무공인해 전국 60여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입소문을 타고 아줌마들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도 수출 상담이 잇따랐다. 그런데 주 대표의 고민이 하나 있다. 

맛은 누구나 인정하는데, 발효식품이어서 포장 문제가 중요한 걸림돌이 됐다. 

주 대표는 “발효된다는 것은 미생물이 계속 살아 있다는 건데, 일단 가스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에게 변질된 상품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고 했다. 

이어 “개인이 조금씩 담가 먹는 것은 문제없으나 대량 생산할 경우 발효식품이어서 탄산가스 발생 때문에 포장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며 “항공기나 배로 수출할 때도 저온냉장으로 운반하지 않으면 상품 내부에서 온도가 80~100도까지 상승할 수 있어 미생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터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대전에도 '발효 명인' 탄생할 듯


그는 짬장류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하는 명인에도 신청했다. 1차 심사를 통과해 현재 2차 심사가 남아 있는 상태. 올 하반기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대전에 없는 전통식품 발효명인 탄생도 기대할 만하다. 

주 대표는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이란 모토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전통 식품을 연구해 왔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전통식품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대전은 IT산업 등 과학 분야가 발달한 반면 딱히 먹거리 창출을 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취약하다”며 “식품을 비롯해 ‘전통’과 관련한 단지를 조성하면 지역 부 창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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