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라창호 전 부여부군수.

『여자가 애를 낳으면 관가에 고해야 하고, 관가에서는 즉시 의원을 보내 해산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임산부를 돌봐주었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관가에서 그 임산부에게 술 한 병과 개 한 마리를 잡아주고, 여자아이를 낳으면 술 한 병과 돼지 한 마리를 주어 임산부를 보하게 했다. 아들 셋을 낳으면 나라에서 아이 둘을 길러 주고, 아들 둘을 낳으면 나라에서 그 하나를 길러 주었다』 

이는 어느 서구 선진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이나 보육정책이 아니다. 김구용이 옮긴 ‘동주 열국지(東周 列國志)’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시대 말기에 월왕 구천이 시행했던 법령의 내용이다. 구천은 오(吳)나라와의 전쟁에서 오왕 부차에게 패한 후 오에 인질로 끌려가 갖은 수모를 겪은 후 3년 만에 월(越)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오나라에 원수를 갚고자 절치부심했다.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 같은 인구 증가 정책까지 폈던 것이다.  


구천은 이 뿐 아니라 젊은 남자는 늙은 여자를 아내로 삼지 못하게 하고, 늙은 남자는 젊은 여자를 아내로 삼지 못하게 했다. 튼튼한 아들들을 낳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또, 여자가 17세가 되어도 결혼하지 않거나, 남자가 20세가 지나도 혼인하지 않으면 당사자는 물론 그 부모까지 처벌했다. 구천은 이렇게 적극적인 인구 증가 정책을 펴 국력을 신장시켰고, 와신상담한지 17년 만에 오를 멸하고  원수를 갚았다. 


우리는 여기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나라가 부국강병하려면 적정수의 인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자.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미국 CIA의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의하면 올 해 추정치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25명에 불과해 분석 대상 224개국 중 219위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세계 최하위권일 뿐 아니라 OECD 국가 중에서도 꼴찌였다. 


한 때 우리나라는 인구 증가율이 높아 국가차원에서 산아제한을 했던 때가 있었다. 가난에 찌들어 ‘먹는 입’ 하나라도 줄여야 했던 것이다. 연간 음식물 쓰레기가 20조 원어치나 버려지고, 쌀이 남아도는 지금의 현실에서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불과 3.40년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 증가율이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불과 몇 년 후부터는 인구가 감소 추세로 들어선다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전방은 누가 지킬 것이며, 노동인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가경제는 누가 발전시킬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에서는 전문가 입을 빌어 ‘한국의 결혼과 보육 여건이 출산에 우호적이지 않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져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결혼을 한다 해도 육아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등을 지적하고, ‘신혼집 마련에 아이 교육비 . 보육비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이에게 무료 지원되는 저가의 기본 주사를 빼고는 고가의 백신 접종은 사비 부담이다’, ‘유치원에서 요구하는 각종 특별 교육비의 부담이 크다’는 등의 사례까지 들고 있었지만,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방향 재고를 주문하고 있었다. 또, ‘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으로 미혼.비혼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우둔한 필자가 국가차원의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고, 정부의 좋은 출산 장려 정책이 나오길 기대할 뿐이다. 다만, 2500년 전의 국가에서도 아이 셋을 낳으면 국가가 그 중 두 명을, 두 명을 낳으

면 그 중 한 명을 길러줬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국가가 임산부 신고를 받아 이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 영양제를 임신 초기부터 출산 때까지 무상 공급해 주는 것은 어떨까. 2500년 전에도 국가가 임산부에게 (현 시대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개고기나 돼지고기를 보내줘 건강을 보호하고 튼튼한 아이를 얻게 했는데 말이다.   

또, 스스로의 소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정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결혼하지 않는 비혼 남녀에게는 소득액에서 일정액을 과태료로 부과하면 어떨까. 2500년 전 월왕 구천이 미혼 남녀를 벌했던 인구정책이 생각나 해 본 소리다. 허튼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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