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

염홍철 대전시장은 12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사회 전반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가칭 ‘적폐혁파국민회의’ 결성을 제안하고 중앙정부에 적극 건의할 뜻을 밝혔다.

염 시장은 이날 지인들에게 보낸 '반성문'이란 제목의 321번째 <월요 아침편지>에서 '적폐혁파국민회의' 결성을 제안하고 "언제나 그렇듯 진리는 단순하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시장은 또 이 글에서 "저는 공직생활의 마감을 앞둔 사람으로서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따라서 이 글에서 질타한 '공무원'은 바로 저 자신"이라며 "깊이깊이, 세월호 희생자분들께 그리고 시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실국장 회의에서도 "6.4지방선거 직후 적폐혁파국민회의를 결성해 정부, 정치권, 법조, 경제, 학계, 언론, 종교 그리고 시민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정상성의 회복을 위한 광범위한 조정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 엄하게 강제할 수 있는 합의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시장은 특히 "모든 대형사고의 원인에는 정부와 공무원들이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불법에 눈감아주면서 안일하고 복지부동한 공무원의 모습은 국민의 종(公僕)으로서 참모습이 아니다"면서 "저 역시 통렬히 반성하고,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염 시장의 아침편지 반성문 전문.
321번째 월요일 아침편지를 띄웁니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지도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당시 어른의 지시에 따르다 참변을 당한 어린 생명들을 생각하면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하고 화가 나다가도 이내 공직자로서 또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심정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그간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사고의 원인과 방지대책에 대하여 많은 주장들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때마다 국가개조, 개혁과 혁신 등 거대 담론만 무성하고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어 답답해하던 차에 우연히 교회에서 설교를 들으면서 목사님이 읽어주시는 성경 구절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주 읽는 성경 구절이었는데도 그날따라 ‘바로 이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만큼 2000년 전에 기록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자세’와 ‘잘못된 관행’에 대하여 정확히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일을 할 때는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하고 “눈가림만 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처럼 하지 말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해답이 아닐까요. 이번 사고는 성경의 지적대로 잘못된 관행과 원칙·수칙 등 작은 것을 지키지 않는, 일하는 자세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뒤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기업의 탐욕과, 인허가 감독 기관의 유착을 통한 부정부패, 한국사회 상층부와 언론의 무책임함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따가운 질타를 많이 듣습니다. 공공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조직이 아니라 ‘거대한 이익집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불법에 눈감아주면서 안일하고 복지부동한 모습의 우리 공무원은 본래 국민의 종(公僕)입니다. 그런데 공무원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것은 공무원 윤리헌장에만 나와 있지 사문화(死文化)된 지 오래기 때문에, 수십 년간 사회도처에 잘못된 관행은 쌓이고 또 쌓였습니다. 저 역시 공무원으로서 통렬히 반성합니다. 물론 성실하고 청렴하게 일하는 많은 공무원들은 억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공무원 모두가 동반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이 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정책 하나가 국민 복리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두려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떨리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했는지 반성해 봅니다. ‘눈가림’만 하는 전시행정, ‘사람을 기쁘게’만 하는 아부행정이 만연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1970년의 와우아파트 붕괴를 시작으로 대연각 화재,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이번 사고와 판박이인 서해 훼리호 침몰, 그리고 최근의 경주 마리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인재가 아닌 것이 없고 그 사고의 중심에는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재발방지를 다짐했고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대통령부터 앞장서 사태 수습에 노심초사하고 온 나라를 비통에 빠뜨렸는데 또 다시 유야무야된다면 우리 공무원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맙니다.

물론 구조화되고 뿌리 깊은 관행을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적폐를 없애는 데 어려움이 많은 이유는 공무원,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일반 대중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대오각성과 결단이 있다면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6.4지방선거 직후, 자칭 ‘적폐혁파국민회의’를 결성하여 정부, 정치권, 법조, 경제, 학계, 종교 그리고 시민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정상성의 회복’을 위한 광범위한 조정과 대안을 모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하게 강제할 수 있는 합의의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진리는 단순합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인기리에 상영중인 영화 ‘역린’의 대사 중,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배어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요즈음의 상황에 가장 맞춤한 경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공직 생활의 마감을 앞둔 사람으로서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질타한 ‘공무원’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깊이깊이, 세월호 희생자분들께 그리고 시민들께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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