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고전(古典)에서 길을…] 152

지식관리는 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지식 관리하는 사람 즉 학문하는 사람에게는 책과 함께 먹(연필)이 필수적이다.

붓과 먹을 사용하던 옛날에는 문방사우(文房四友) 또는 문방사보(文房四寶)라 하여 문인들의 서재에는 붓, 먹, 종이, 벼루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져 있었다.
문인(文人)은 서향묵미(書香墨味) 즉 책에서 향기를 맡고 먹의 맛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했다.
오래된 고서(古書)를 펼치면 특유의 오래 묵은 향을 맡게 되고 먹의 향은 마치 먹으면 그 맛을 느낄 것 같이 은은하고 그윽하다. 그래서 서향묵미(書香墨味)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선생께서 36세 되던 해 황해도 곡산군수로 부임했을 때 두 아들을 함께 데리고 왔는데 선생께서는 두 아들의 학문을 위하여 조그마한 누각을 지었다.
그 누각의 이름을 서향묵미각(書香墨味閣)이라 하고 두 아이들에게 ‘책에는 향기가 있으니 그 향기를 맡고 먹에는 맛이 있으니 그 맛을 즐겨 보아라.’하시면서 학문에 열중하기를 당부했다고 한다.
지식 관리하는 사람은 책을 자기의 분신처럼 소중히 하고 정성껏 받들어야 한다.

그리고 애인처럼 가까이 하고 사랑해야 한다. 책을 애인에 비유한 재미있는 유머하나를 소개하겠다. ‘책을 빌려 달라는 바보는 애인을 빌려달라는 바보와 같다.
책을 빌려주는 바보는 애인을 빌려주는 바보와 같다. 책을 도로 돌려주는 바보는 애인을 도로 돌려주는 바보와 같다.’

다시 말하자면 책은 다른 물건과는 달라서 빌려주거나 빌려보지도 말고 자기 분신처럼 소중히 하여 애인 보듯이 보고 또 보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분신처럼 소중히 하며 애인처럼 사랑하는 법을 제시하겠다.

? ‘자주 서점에 들러라.’하는 것이다.
주부가 가족들의 맛있는 식탁을 위하여 수시로 시장에 가서 새로 나온 찬거리를 살펴보듯이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자주 서점에 들러서 요즈음 어떤 책들이 출판되었는지, 베스트셀러는 어떤 책인지를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라하는 것이다.

? ‘화제의 책, 베스트셀러는 즉시 구입하여 두어라.’하는 것이다.
채소나 과일도 제철에 수확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먹듯이 서점에 들렀을 때 화제가 되는 책이나 베스트셀러, 관심이 있는 책은 지금 당장 읽지 않더라도 즉시 구입하여 서재에 두고서 언젠가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백 권의 신간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에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어제 나온 책도 어느새 가판대위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판대 위에 있을 때 즉시 구입해 두어야 한다.

? ‘책을 구입하면 먼저 책 표지를 씌워라.’하는 것이다.
책은 평생 동반자이며 애인이기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래서 책을 구입하면 먼저 책 표지를 씌워서 훼손을 막도록 하여야 한다.
필자는 책을 구입하면 먼저 문방구에서 비닐로 된 책 커버를 사서 씌워둔다.

? ‘한 권의 책을 다 읽으면 맨 뒷장에 다 읽은 날짜를 기록하여 두어라.’하는 것이다.
누구나 흘러간 옛 노래를 들을 때면 그 당시의 추억을 떠 올려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다 읽은 책도 훗날 다시 떠들어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다 읽은 날짜와 함께 특이사항을 그 책에 다 기록해 놓으면 그 책을 다시 떠들어 볼 때마다 그 책을 읽었을 때의 추억을 회상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가끔 서재에서 다 읽은 책의 마지막 장에 적힌 날짜와 사연을 보면서 회상에 젖어보곤 한다.

?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라.’하는 것이다.
단순히 책이나 신문 기사 등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읽는 것으로만 그쳐서는 완전한 독서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책을 읽다가 중요하고 감명 깊었다고 여겨지는 부분, 자료화 할 부분 등에 대해서는 밑줄을 쳐 놓거나 그것을 발췌하여 다른 곳에다 옮겨서 기록해 두거나 복사해 두어야 한다.

이렇게 기록해 놓거나 복사해 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서카드를 만들거나 컴퓨터에 입력해 놓으면 훗날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필자가 그간 죽 정리해둔 자료가 지금은 강의나 칼럼을 쓰는데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 ‘아이들에게는 독후감을 쓰거나 발표하는 훈련을 시켜라.’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책을 사주면서 우선 책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법(책의 겉표지 싸는 법, 책을 다 읽고 난 뒤 읽은 날짜 기록하는 법 등)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르게 책을 읽는 법과 책을 읽고 난 뒤 독후감을 쓰거나 발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뒤의 독후감을 쓰거나 발표를 하게 하는 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일석삼조의 최고의 교육법이라 할 수 있다.

? 그렇다, 서점에 들려 책 한권을 구해서 정성껏 책 표지를 싸고 그 책속에서 서향묵미(書香墨味)의 맛을 느껴 봄이 어떨까.

                                                                                              - (인문교양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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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주말반)
          C반 (매주 일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송촌서당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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