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꿈꾸며

수능, 그 이후!!

<기고> 송명석(영문학박사 세종교육연구소장,한국교원대초빙교수) 

 

휴지가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띤다. 학생들의 복장도 두발도 예사롭지가 않다.

“수능 이후...” 고3학생들의 학교 생활과 교실 모습은 해결 방법이 전무한 듯 한 치도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이리라.

먼저 고3학생들의 그 힘든 학교생활, 즉 3년을 하루같이 아침 8시면 교실에 어김없이 졸린 눈 억지로 비벼대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않아서는 요즘처럼 서서히 낮이 짧아지는 가을쯤이면 깜깜한 밤중인 10시까지 지겨운 몸 비틀어 대며 공포의 ‘야자’시간을 버텨내고서야 비로소 학교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곤 했던 세월을 보내지 않았던가? 아니 자유의 몸이 아니고 또 다른 굴레인 학원에서의 사교육을 필수처럼 새벽 1, 2시까지 감당하고서야 파김치 되어 돌아오는 대한민국 고3표 표준생활(?)을 견뎌왔지 않은가?

이 모든 과정이 초등학교 아니 소위 깨어있다는 잘난 부모 슬하의 자녀들이야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었을 테니 10년이 훨씬 넘는 긴 세월 동안 꼼짝없이 붙잡혀 살아야만 했던 삶의 전형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오로지 목표로 삼고 돌진했던 수능시험이 끝나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동량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목표 아래 거창했지만 결국 하루 만에 허탈하게 결판난 그 시험만을 위해 살아 온 인생들이기에 혈투가 끝난 지금의 삶은 방향 자체를 설정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남은 2달여 동안의 학교생활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옳단 말인가?

안 그래도 질근질근 씹어대는 술자리의 안주처럼 온갖 비난과 험담으로 끌어내리지 못해 혈안이 된 수많은 이들의 화살에 만신창이가 된 교사들에게 근 두 달여 동안 또 놀고먹는다고 억울하기 그지없단다. 교육부야 언제나처럼 ‘제대로 된 교육과정 정상대로 운영하시오’라는 공문 지시를 내렸으니 그 몫을 다했다고 저러고 도무지 일선 학교들은 추상같은 교육부의 명령을 멋대로 어긴 채 나뒹굴고만 있다는 논리이고 말이다.

과연 교육부와 수많은 감시자들은 열심히 꼬집어 대지만 혹시 나름대로 대책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싼 국민 세금 받고 있는 교사들 당신들이 머리 싸매고 앉아 방법을 모색해야지 그런 것까지 우리가 지적하고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냐며 ‘저래서 우리 교육은 안돼, 교사들 수준이 저 모양이니 나라 꼴 자~알 되겠다’ 라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일관할 텐데...

학교에서의 짧은 두뇌로 내세운 마뜩찮은(?) 대책은 다음과 같다.
한 번 훌륭한 조언을 멋있게 내려주시길 소망해 본다.

수능 이후에도 여전히 하루 7시간씩으로 편성된 정규 수업시간을 지침대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대한민국에 전혀 없으리라는 사실을 교육부는 당연히 알 터이고, 관심 있는 학부모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기정사실인데다가 또 정상 운영 자체가 불가능함을 아무리 눈 가리고 아옹 한다고 고양이인줄 모르겠는가? 뻔히 알면서도 책임 회피성 발언 정도를 빼뜨릴 수 없다며 저러는 것 모르는 이 별로 없음도 분명하다. 열심히 지시하고 비난해 댔는데 요지부동인 교사 무리들이 게을러서 그런 거지 뭐란다. 고3학생을 둔 학부모들도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자식들을 뾰족한 효과도 없이 붙잡아 두길 원하고 있을까?

만일 지시한 대로 이미 저들의 유일한 목표였던 수능이 끝났는데 수업 받고 있을 학생도 당연히 없다. ‘어린 학생들이 몰라서 그러는 데 교사들이 질질 끌려 다녀서야 되겠소’라며 아이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꼭꼭 붙들어 둔 채 지도하라고 야단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을 수능 일정에 맞춰 교과 시간 습득할 내용을 이미 다 끝낸 지 오래인데 뭘 더 가르치고 배우란 말인가? 뭔가를 준비해 수업을 하면 학생들은 진지하게 배울 거라 생각할까? 순수하게.

그래서 4교시 오전 수업도 수능으로 모든 중등학교 교육이 끝나는 지금의 교육과정으론 딱히 할 게 없다는 것이다. 머리를 짜 내 성교육에, 기초화장 교육에, 박물관 견학, 영화감상 및 등산 갖은 특별 프로그램도 단지 저들에겐 지겨울 뿐이다. 그럼 지겹지 않게 쌈빡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면 되지 뭘 그리 말이 많으냐 한다면 할 말이 없다는 게 불쌍할 뿐이다.

논술이 화두가 되다보니 학교에서도 어찌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먼저는 실력 없어 믿을 수 없다며 훌륭한 강사까지 초빙해 강좌를 마련해도 무조건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 학부모들 딱히 방법도 없고 논술이 정식 교과로 자격증 취득할 수 있는 과정도 없었으니 사교육 시장인 학원만큼도 신뢰를 못 받는데다가 실정 역시 어쩔 도리가 아직은 없으니 말이다. 정말 난감할 뿐이다. 대학에서도 정상적 교육과정에 근거한 논술 유형을 찾아낸다니 조금은 달라지길 기대할 수밖에. 학원에는 정식 논술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들이 있단 말인가?

이렇게 두 달 정도를 끄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더란 말인가? 그러기에 이후는 관람 및 견학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게 된다. 학생들 입맛도 가지가지라서 입이 이만큼이나 나와서는 불평해대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1년의 생활을 정리하며 각종 자료를 입력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교사들의 항변을 단지 배부른 놈들의 변명정도로 치부해 버릴 테니 그냥 놀고먹는 거라고 아무 소리 하지 말라니 당하고 있으면 해결은 쉽다. 그냥 그래야지 뭐 뾰족한 수 있겠는가?

수능 점수가 나오면 대학 진학을 위한 상담으로 또 한 며칠은 정신이 없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고 이후 또 남은 긴 시간들은 어찌 보내야 욕을 먹지 않게 될는지 교사들 과연 고민은 하고 있는지....

정말 근본적인 대책은 없단 말인가? 훌륭한 두뇌들의 집합소인 교육부의 능력을 믿고 싶다.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냉정하게 쏘아대는 멋진 학부모들의 대책도 기다려진다. 국민 세금 축 내지 말고 당신네 교사들이 만들어 내시오, 내시오, 내시오!!! 라는 항변 소리야 여전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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