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숨겨진 재벌가(家)의 딸이라는 이야기로 수십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재벌가 딸 행세를 하며 경매물건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빼돌린 이모(여·31)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모자 홍모(5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삼성그룹 전 부회장 이모씨의 숨겨진 딸이라고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이씨는 인터넷 역할 대행사이트를 통해 홍씨에게 모 은행 지점장 행사를 하도록 공모한 뒤 경매물건에 투자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속여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9명한테 2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는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밴 승합차량을 이용하면서 경호원 3~4명을 고용해 주변에 배치하고 70억원의 잔액이 찍힌 가짜 통장을 보여주는 등 유산 상속으로 거액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녀로 믿도록 피해자들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실제 이씨가 구입한 경매물건은 없었으며,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고액의 피부관리를 받고 명품과 보석을 사면서 백화점에서 VIP 대우를 받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또 같은 방법으로 서울 강남의 재무설계회사 직원을 속여 50억원의 투자지원을 받아 챙기려던 중 경찰에 체포돼 미수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중에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가며 차용해 줬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금전차용이나, 투자시 단기간에 2, 3배의 이득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사기꾼들의 달콤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 후 금전거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